(서울=연합인포맥스) 황남경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발생한 미분양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저축은행을 찾는 금융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준공된 건물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금융대주의 PF 대출액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미분양이 부동산 시장의 본격적인 리스크로 확대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준공을 하는 부동산 PF 사업장의 시행사 및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는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저축은행을 찾느라 분주한 분위기다.

이들이 저축은행을 찾는 건 담보대출로 금융대주의 PF 대출을 상환하고, 미분양 물량을 처리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부동산 PF 시장에서 금융대주들은 분양대금을 바탕으로 대출금을 회수한다. 선·중·후순위 순서대로 상환을 마치면 PF 대출로 미처 충당하지 못한 공사비를 시공사에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분양실적이 프로젝트 초기에 예상했던 분양률보다 미진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분양대금이 적게 들어오면 중·후순위 대주에 대한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준공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아 PF 대주와의 채무 관계를 해소하는 것이다.

최근 한 시행사와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 관계자는 서울 소재 오피스텔 사업장의 미분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저축은행을 찾았다. 또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저축은행이 요구하는 금리도 꽤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PF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물량이 워낙 많으니 담보대출 기관에도 이런 건이 쏟아지고 있다"며 "작년보다는 금리가 조금 내려온 것 같지만, 담보대출 건이 워낙 많다 보니 저축은행이 두자리에 육박한 금리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분양률에 따라 다르겠지만 은행은 LTV 상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적어서 저축은행을 선호한다"고 부연했다.

부동산 PF 사업장의 미분양 사태는 실제로 관찰되고 있다. 한기평은 전일 '손실의 시대, 건설업의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신용등급 A급 이상 건설사는 수도권 소재 비주거용 프로젝트에서, BBB급은 지방 소재 주거용 프로젝트에서의 미분양이 다수 관찰된다"며 "건설업황 저하 시기 건설사들의 부실은 소수의 미분양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한기평은 유효등급 보유 업체 17개 사의 최근 기준 분양자료를 바탕으로 미분양 현황을 파악한 결과 전체 진행 사업장 약 700개 중 104개의 사업장이 분양률 70%를 하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한국기업평가

PF 업계에선 통상 엑시트 분양률을 70%로 보고, 이 정도 분양률이 금융대주의 PF 대출과 시공사의 공사비를 무리 없이 상환받을 수 있는 정도로 여긴다.

미분양 사태는 지방 사업장으로 갈수록 상황이 악화한다. 경기도 소재의 한 타운하우스 사업장에선 수분양자들이 대거 입주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사비 급등으로 시공사가 준공 기한을 맞추기 위해 부실 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 사업장의 경우 수분양자의 계약금을 통해 선순위 대주만 대출 상환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보대출을 못 받는 사업장도 부지기수라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분양실적이 당초 예상 분양률보다 현저히 낮으면 담보대출 이자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금융대주가 경·공매를 통해 자금 회수를 시도하기도 한다. 특히 지방 소재의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저온 물류센터, 생활형 숙박시설 등은 미분양 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PF 업계 관계자는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저축은행을 찾는 것은 원래 부동산 시장의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관찰되는 사례들"이라며 "지금은 난다긴다하는 반포자이도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이 발생해 담보대출로 시간을 번 곳"이라고 강조했다.

또 "요즘 시장에서 서울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안심할 사업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nk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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