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외환당국이 은행권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추가로 축소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향후 발생할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당장 단기외채가 급증하는 상황은 아니나, 대외적으로 외화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원화가 절상될 것이란 심리가 확산될 경우 향후 국내로의 자본유입이 급증하고 외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달러-원 환율 하락폭이 유독 커지면서, 외환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원화 절상심리를 차단하는 데도 선물환 규제가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27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1단계 대응조치로 외국환은행에 대한 선물환 포지션 비율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국내은행이 현행 40%에서 30%로, 외은지점이 현행 200%에서 150%로 각각 줄어들게 됐다.

▲세번째 선물환 포지션 규제=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신설한 것은 지난 2010년 6월이 처음이다. 당시 외환당국은 은행권의 과도한 선물환 매물이 단기외채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국내은행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자기자본의 50%로, 외은지점의 선물환 포지션을 자기자본의 250%로 설정했다.

선물환 포지션은 선물, 외환스와프, 통화스와프, 차결결제선물환(NDF) 등 통화와 관련된 모든 파생상품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외환당국은 이후 작년 5월 외환공동검사 결과를 토대로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추가로 20%씩 축소했다. 이로써 국내은행의 포지션 한도는 40%로, 외은지점의 포지션 한도는 200%로 각각 축소된 바 있다. 당시 외환당국은 원화용도로 국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채권도 문제로 지목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외환당국이 내놓은 조치는 선물환 포지션 한도을 통해서 3번째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대책에 해당되는 셈이다.

외환당국은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 외에 추가 대응책을 단행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선물환 규제강화는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1단계 대응조치'라는 설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나 전망에 따라서 다음 단계에 실시할 대책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가 끝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원화 절상심리 차단+선제적 외환관리= 과거와 달리 단기외채가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선물환 규제조치가 강화된 것은 사전적으로 외환건전성을 관리하겠다는 외환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한은이 20일 발표한 9월말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3분기말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는 1천326억달러로 집계됐다. 6월말보다 81억달러 감소한 것으로, 총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31.6%로 떨어졌다. 1999년 말 29.7% 이후 최저치다.

그럼에도, 선물환 포지션 규제의 칼을 다시 뽑아든 것은 대외적으로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국내외 외화자금이 유입될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원 환율이 일방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원화 절상심리가 커진 점도 외환당국의 거시건전성 강화조치 필요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연합인포맥스의 통화별 등락률(화면번호 2116번)에 따르면 10월 이후 전일까지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2.33%나 절상됐다. 반면 같은 기간에 싱가포르 달러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0.50%와 0.08% 절상되는 데 그쳤다.

달러-원 환율의 낙폭이 커지면서 추가적인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역외세력의 원화 매수와 선물환을 통해 환헤지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원화 절상심리로 기업들의 선물환 매물이 늘어나면 이는 시차를 두고 은행권의 단기외화차입으로 이어지면서 단기외채 증가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선물환 규제강화를 통해서 이러한 연결고리를 약화시키겠다는 게 외환당국의 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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