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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장자(莊子)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한 어리석은 사람이 살았다. 어느 날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사랑하는 여인은 나타나지 않고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때마침 밀물까지 된 참이라 강물은 점점 불어나기만 하였다. 그런데도 미생은 사랑하는 여인과 꼭 이 다리 밑 그 자리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생각에 몸이 점점 물에 잠겨도 꼼짝하지 않고 계속 그 여인을 기다렸다가마침내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장자는 세상에서 말하는 이른바 현사(賢士) 6명을 예로 들고 있다. 명분 때문에 수양산에서 은둔하다 굶어 죽은 백이숙제를 비롯하여 자신의 살을 베어서 왕에게 바쳤으나 배신당하자 산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고, 결국 그를 끌어내기 위한 산불에 타죽은 개자추(介子推) 등이다. 장자가 거론한 이들은 한결같이 세상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명분이나 허명에 기대어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장자는 그들이 '개리명경사, 불념본양수명자야(皆離名輕死, 不念本養壽命者也)", 즉 ‘명목에 달라붙어 죽음을 가볍게 여겼고, 인간의 본분인 수명을 보양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자’라고 비판하였다. 미생도 여기에 속하는 인물이다.

지난주에는 한국은행이 시장을 놀라게 하였다. 예상과는 달리 금리를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금리 인하폭이 0.25%가 될지, 아니면 화끈하게(!) 0.50%가 될지 관심이 컸던 시장은 ‘금리동결’ 조치로 한 방 호되게 먹은 셈이다. 놀랍다. 대단하다!

하지만, 글쎄다. 한국은행으로서 명분은 살렸겠지만, 과연 그게 경제를 위하여 최선의 일이었을까? 자칫 미생처럼 우리나라 경제도 홍수에 떠내려가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추세분석법은 좀 늦다. 추세가 순식간에 휙휙 바뀌지도 않거니와, 추세라는 것이 형성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세분석가들은 주가가 바닥에서 한참이나 올라선 다음에야 비로소 ‘상승추세’라고 주장하고, 주가가 꼭지에서 내려선지 오랜 이후에야 ‘하락추세’를 부르짖는다. 하지만, 추세분석에서 늦다는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안정성이다. 추세는 한번 만들어지면 여간해서는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요즘 코스피지수의 추세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이제는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하락세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요즘 코스피지수는 상승하는 날에는 ‘조금’ 오르지만 하락하는 날에는 ‘왕창’ 내린다. 전형적인 하락추세의 특징이다. 그런데다 코스피지수의 차트를 보고 있자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지난주 금요일의 길고 강력한 장대음선은 작금의 분위기를 웅변으로 말하고 있다. 조금이나마 바닥에서 반등하려는 시장의 시도를 하락세는 여지없이 짓밟아버렸다. 강력한 하락세다.

일목균형표도 완벽하다. 하락세이다. 일목균형표 원전에는 후행스팬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한다. 추세를 확인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 후행스팬만 보아도 코스피지수는 하락세이다. 현재 후행스팬은 26일 전의 캔들을 크게 밑돈다. 이런 판국에 구름 등 일목균형표의 다른 괘선들이야 말할 나위 없다. 주가는 까마득하게 구름 하단(1,985)에서 멀어져 버렸고, 전환선은 기준선과 역전(=데드크로스)를 만든 지 거의 한달(3월20일 이후)이 다 되어간다.

하락폭이 컸으니 주가가 조금이라도 반등은 하겠지(설마?). 하지만, 그래보았자 무엇하나. 이삭줍기에 불과하다. 자칫 지난 금요일처럼 참담한 꼴을 당할지도 모른다. 하락세일 때에는 백약이 무효. 지지선을 제시하는 일도 무의미해졌다. 그저 ‘현금’이 최고일 수밖에.

(달러-원 주간전망)

지난주에 달러-엔은 거의 1달러=100엔선에 육박했다. 연합인포맥스 차트에는 장중 99.94까지 기록했다고 나온다. 이후 달러-엔은 좀 하락하는 양상이다. 물론 추세는 여전히 상승세이지만 그동안 상승폭이 너무 가파르고, 아울러 강력한 저항선 100에 근접하다 보니 조정양상에 접어든 것일 터.

반면에 달러-원은 달러-엔보다 조금 먼저 조정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였다. 1,150원 언저리까지 올랐다가 약간 밀렸다. 그러나 이는 어차피 자연스러운 일. 환율이 내내 오를 수만은 없는 법이다.

그런데 환율이 조정 기미를 드러내는 참에 조금 더 하락할까? 아니면 조정이 아니라 아예 추세가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없을까? 글쎄다. 나는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에 걸쳐 환율이 하락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았고 특히 1,120원대에는 캔들의 아래쪽으로 긴 수염이 달렸기 때문이다. 강력한 지지세력이 1,130원 이하에서는 버티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기에 조정은 단기간에, 그리고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추세가 뒤바뀌리라 판단하기란 더욱 어렵다. 통상 추세가 바뀔 즈음에는 차트에 다이버전스(divergence)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환율의 움직임과 기술적 지표 사이에 괴리가 발생된다면 추세 반전의 확률도 높아지는 법. 하지만, 차트를 아무리 뚫어지라 살펴도 다이버전스는 눈에 띄지 않는다. 기술적 지표들이야 약간씩 단기조정의 냄새를 풍기기는 하지만 그런 정도이다. 전면적인 추세전환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상승-조정-상승-조정을 거듭하는 것이 상승세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지난주에 어느 정도 조정이 나타난바, 이번 주에 환율은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1,150원이 관건이다. 위쪽으로는 변변한 저항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 1,150원만 벗겨 내면 위로 뻥 뚫렸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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