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 6일 칼바람 부는 증권사 빌딩들 사이에 때아닌 천막이 들어섰다. 신한금융투자 노동조합 지도부가 신한금융지주의 강대석 사장 선임에 반대하며 천막 시위에 돌입한 것. 노조는 강 사장의 '출근'까지 막아설 태세다.

신한금융투자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업계 4위의 탄탄한 증권사였지만,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이후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따른 대손충당금 문제를 겪으면서 순식간에 업계 서열 10위권으로 밀려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휴원 전 사장 취임 직후인 2009년 4~12월 누적순이익은 371억원으로, 업계 14위에 머물렀다.

노조 측은 강대석 사장이 궁지에 몰린 회사를 살릴 적임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한지주측이 산한금융투자를 다시 증권업계에서 우뚝 서게 하려면 강 사장의 인선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측 시위의 이유인 셈이다.

노조 관계자는 "일부 언론이 보도한 신한증권과 굿모닝증권 출신간의 계파 갈등 요소는 농성하는 이유에 조금도 작용하지 않았다"며 "어려움을 빠져있고 전망도 불투명한 우리 회사를 살릴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강 사장이 2004년 부사장 시절 경영에 책임을 지고 업계를 떠난 지 10년이 다 되어간다"며 "부실 경영의 책임이 있는 분이 온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온다고 해도 금융업계는 그 기간동안 엄청나게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번 행동이 단순한 보여주기(showing)가 아니라고 단언했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분명히 전달하기 위해 집단행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오는 10일 공식 취임한다.

천막 시위가 아닌 가두 시위 행진도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금융투자협회 노조 측이 협회 상근 부회장과 자율규제위원장 등 일부 임원 인사가 정부와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로 내정됐다며 반발하며 나섰기 때문이다.

상근 부회장으로 내정된 남진웅 기획재정부 수석전문위원과 자율규제위원장으로 지명된 박원호 금융감독원 부원장의 금투협 입성 소식은 박종수 금투협 회장 선출 전부터 이미 업계에 소문이 돌았다.

금투협 회장 지명직인 상근 부회장이 회장 취임 전부터 얘기가 나돌자 노조가 관치금융 타파를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다.

금투협 노조는 지난 6일 낸 성명서에서 "정부와 금융위, 금감원은 법질서를 유린하는 현재의 낙하산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요즘 증권가(街) 사람들이 거리로 몰리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여의도역 일대를 누비고 있다. 가슴팍에는 붉은색 글씨로 "금감원은 자폭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금투협은 8일 오후 161개 회원사가 참석해 열리는 총회에서 내정된 상근 부회장과 자율규제위원장을 확정 선출할 예정이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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