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우리나라 경제가 순항하는 중일까. 국내총생산(GDP) 등 전체적인 수치만 보면 순항 중이란 평가가 가능하지만, 민간소비나 설비투자 등 세부 지표를 보면 낙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당국과 민간 전문가의 시각 차이가 뚜렷하다.

◇한은 "소비 부진은 일회성 요인"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1분기 GDP는 지난 분기보다 0.9%, 작년 같은 기간보다는 3.9% 높아졌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예상치 0.88%, 3.74%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에도 수출 주도의 성장 흐름이 이어졌다. 수출은 전기 및 전자기기, 석유제품 등의 호조에 힘입어 지난 분기보다 1.7% 증가했다. 전년보다는 4.6% 급증했다.

내수 지표는 대체로 부진했다.

민간소비는 전분기 0.6% 증가의 절반인 0.3% 증가에 그쳤다. 이 지표는 지난해 3분기에 1.0% 증가하면서 내수 회복 기대를 높였으나 두달 연속으로 증가폭이 축소돼 기대치가 반감됐다.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로 1.3% 감소했다. 2012년 3.3% 감소 이후 5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은은 민간소비 등 내수지표 부진이 일회성 요인에 따른 것으로 설명했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연말정산과 관련해 환급액이 적어 약 5천800억원의 가계소득 감소요인으로 작용해 민간소비를 전기대비 0.2%포인트 낮춘 것으로 추산된다"며 "올해 1~3월 중에 기온이 평년보다 1.6도가량 높아지면서 따뜻한 날씨가 의류, 난방, 유류 등 관련 소비지출을 줄인 것도 민간소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민간 전문가 "내수 침체는 구조적 문제"

경제 전문가들은 1분기의 내수지표 부진이 연장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소비 심리가 살아날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로 심리가 더 위축돼 심각한 소비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질의 고용 창출이 제한되면서 소득 증가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구조적인 문제가 내수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수경기가 살아나려면 소득이 늘어나야 하고 결국 고용 창출과 임금 증가로 연결돼야 한다"며 "고용 숫자는 좋아졌지만,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안 되는 상황이라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경기 부진과 과도하게 커진 가계의 신용부담 등 구조적인 문제도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분이다"며 "(한은의 일시적 부진 평가에도) 우리나라의 내수 회복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지표 중에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전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예상이 틀렸다"며 "사이클상 내수 지표가 다시 바닥을 치는 과정이 나와야 기대 수준의 개선세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내수 회복을 낙관하고 있지만, 정부의 3개년 계획 등은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체감 경기가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까지 불거지면서 내수 침체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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