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왼쪽)과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오른쪽)>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신한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상근감사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감사 대행 자리를 신설하는 것을 고려하면서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감사 제도를 없애도 감사 대행 자리를 만들면 이전처럼 금융감독원이나 국세청, 감사원 출신을 영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낙하산 감사'를 없앤다는 취지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신한은행은 임기가 끝난 원우종 감사의 후임을 선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지난 9일 밝혔다. 원 감사는 지난해 3월 이미 임기가 만료됐다.

하나금융도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상근감사 제도 폐지를 의결했다. 하나금융이 상근감사 제도를 없애면서 KB금융지주와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모두 상근감사 없이 감사업무가 진행된다.

상근감사 제도는 지난해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은행법상 금융지주사나 은행,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보험사, 자산 규모 3천억원 이상의 저축은행은 감사위원회를 둬야 한다.

감사위원회와 달리 상근감사는 꼭 두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상당수 은행은 감사위원 중 한 명을 상근감사로 임명한 상태다.

국민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 씨티,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중 상근감사가 없는 경우는 외환과 SC 뿐이다. 이번에 신한은행이 감사 제도를 폐지하면서 3곳으로 늘게 됐다.

문제는 상근감사가 취지대로 금융회사를 감시하기보다 감독기관에 대한 로비스트 역할을 하며 저축은행의 부실을 키웠다는 점이다.

비난여론이 일자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입법예고된 금융회사 경영지배구조법을 통해 금융회사의 감사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도록 했다. 사내이사인 상근감사 제도를 없애도록 한 것이다.

이에 은행권은 상근감사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감사 대행직을 신설하는 '꼼수'를 고려하고 있다. 감사 자리를 없애도 감사 대행직을 만들어 금감원이나 국세청, 감사원 등 '힘있는' 기관 출신을 데려오면 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상근감사 자리를 없애기로 했지만 감사 대행직 신설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석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가 지난해 5월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촉발된 '낙하산 감사' 논란 속에 감사 내정자직에서 물러난 후 1년가량 후임 감사 선임을 미뤄오기도 했다. 대신 지난해 3월 이미 임기가 끝난 원우종 감사에게 직무를 계속 맡겼다.

원 감사는 금감원 제재심의실장과 비은행감독국장 출신이다. 이에 신한은행이 금감원 출신의 현 감사 활용 기간을 가능한 한 늘리기 위해 이같은 '편법'을 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나금융 역시 감사 대행직을 둘지, 감사위원회 위주로 감사 업무를 진행할지 고민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감사 대행직을 신설할 경우 감독 경험이 있는 외부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외환은행은 론스타펀드에 인수된 후 감사 자리를 없앴지만 감사 대행직을 만들었다. 현재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출신인 이종규 감사 위원대행이 업무를 맡고 있다. 2008년까지는 금감원 출신이 이 자리를 맡았다.

SC은행만이 감사 대행직을 만들었지만 내부 출신이 이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나 신한은행이 감사 대행직을 신설해 금감원이나 국세청, 감사원 출신을 앉힌다면 상근 감사가 있을 때와 달라지는 게 별로 없을 것이다"며 "당장은 내부 출신이 임명되더라도 '낙하산 감사' 논란이 잠잠해질 때쯤 힘있는 기관 출신을 영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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