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의 직급 '인플레이션'이 사라질 전망이다. 은행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외은지점을 포함한 은행들은 임직원에게 임원 명칭을 부여할 때 금융감독원에서 자격요건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외은지점들이 직원들에게 실제 업무에 맞지 않게 높은 직급을 준다고 판단, 직급 '현실화'에 나설 예정이다.

27일 은행법 시행령 12조에 따르면 은행에서 등기 임원이 아니더라도 명예회장이나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행장, 부행장, 부행장보, 전무, 상무, 이사 등의 명칭을 사용하려면 은행법 18조에 규정된 등기 임원과 같은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은행법 18조에는 은행의 임원은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자로서 은행의 공익성과 건전경영, 신용질서를 해칠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같은 자격 요건을 갖췄는지는 금감원이 심사를 통해 판단한다. 이는 지난해 말 은행법 시행령이 개정된 결과다.

이제까지는 등기 임원이 아니면 임원 명칭을 사용하는 데 장애가 없었다. 이에 외은지점들은 내외부 직급을 따로 관리했다. 명함에는 로컬 타이틀(local title)을 새기고 내부적 직급 체계는 본사에서 통용되는 글로벌 타이틀(global title)로 구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외부적으로는 같은 상무나 전무, 대표라도 내부적으로는 바이스 프레지던트(vice presidentㆍ부장), 디렉터(directorㆍ이사),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ㆍ상무), 시니어 매니징 디렉터(senior managing directorㆍ전무) 등으로 따로 구분된다.

그러나 은행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외은지점들은 내부 뿐 아니라 외부적으로도 임원 명칭을 사용하려면 금감원의 심사를 거치게 됐다.

금감원은 심사를 통해 외은지점의 직급 '인플레이션'을 최소화한다는 방치미다.

그간 외은지점들은 본사가 한국 지점 직원들의 직급을 높이는 것을 선호하는 데 따라 임원 명칭을 쉽게 부여했다. 외은지점 본사들은 대개 한국 금융시장에 관치금융의 성격이 남아있다고 판단, 직급이 높은 편이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데 유리하리라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을 만날 때도 직급이 높아야 신뢰감을 줄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외은지점 직급 인플레는 세일즈 부문에서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외은지점에 임원 비율이 높은 것은 규모가 국내 은행보다 훨씬 작은 탓도 있다. 직원 수가 1만 명을 넘곤 하는 국내 은행들과 달리 외은지점은 직원 수가 많아야 100명을 조금 넘는다. 말 그대로 '지점'인 것이다.

이처럼 작은 규모에서 대표와 부대표, 전무, 상무, 이사 등의 직급을 차례로 부여하다 보니 외은지점 직원들의 직급은 국내 은행보다 훌쩍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심사를 거쳐 임원 명칭을 사용하면 외은지점들이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며 "자연스럽게 외은지점 임원 비율도 낮아지고 직급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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