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증권사 채권 애널리스트가 생명보험사들의 역마진 극복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역마진으로 일본 생보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저금리를 먼저 경험한 일본과 대만 사례를 꼼꼼하게 분석해 현실 가능한 대안을 낸 보고서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문홍철 동부증권 채권전략 연구원은 18일 '초저금리를 이겨내자' 제목의 내년 채권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생보사의 사정은 일본보다는 대만과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문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보험사가 일본 사례처럼 대규모로 파산하면서 부채 구조조정이 일어나기는 어렵다고 봤다. 정부나 공기업의 장기채권 발행도 많이 늘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문 연구원은 "국내 생보사들은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부동산 투자의 비중을 늘려야 하고, 이 가운데 자산 규모와 유동성을 고려할 때 해외투자가 가장 현실적이다"며 "대만 보험사의 사례를 참고했을 때 환헤지 비율은 높이되 100%일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일본·대만 생보사, 초저금리 시대 어떻게 대응했나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과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각각 20년, 10년 정도 앞서서 저금리를 경험했다. 이들 국가 생보사의 자산운용 대응 방법은 달랐다.

일본 생보사는 국채 비중을 늘렸지만 대만은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렸다.

일본의 경우 디플레 상황이었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국채를 매입하더라도 실질 금리는 높았다. 2000년대 이후에도 일본국채 10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차감한 실질 수익률은 1~2%대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일본 생보사들은 2000년 전후로 역마진을 이겨내지 못하고 대거 파산에 들어갔다. 20위권 내 파산한 생보사는 7~8개사에 달했다. 파산한 보험사들은 고객입장에서 유리한 고금리 상품을 앞세워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쳤고, 결과적으로 악성부채를 떠안은 경우가 많았다.

일부 생보사들의 파산은 반 강제적인 부채 구조조정으로 이어졌고, 역설적으로 역마진 축소의 계기가 됐다.

대만의 생보사는 일본과 달리 해외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면서 역마진에 대응했다. 대만은 디플레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일본에 비해 낮았다. 자국내 채권을 편입하면 역마진 위험에 그대로 노출됐다. 특히 보험과 연금의 자산규모 대비 자국내 채권공급이 작아 물량 부족 문제도 심각했다.

대만 생보사의 적극적인 해외투자에도 역마진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다만, 2000년 초부터 급격히 확대됐던 역마진 폭이 더는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생보사 상황은 대만과 닮은꼴

문 연구원은 국내 생보사의 자산이익률과 적립금 평균이율은 대략 70bp의 역마진을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내 생보사의 자산비중은 국내 국공채(48%)에 편중됐고 해외자산 비중은 5.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 연구원은 "생보사는 금리 연동형 상품의 판매비중을 늘리면서 부채 부담이율의 하락을 꾀하고 있지만, 대부분 연동형 상품은 최저보증이율 옵션을 포함하고 있어 금리 변화에 따른 변수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같은 파괴적인 부채구조조정보다는 자산운용을 통한 이차역마진 축소 전략이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대만 생보사의 저금리시대 전략을 참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문 연구원은 조언했다.

우선 우리나라와 대만은 비슷한 인구 구조를 가졌다.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도 유사하다.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대외 환경에 취약하다는 점도 닮았다. 부채 트라우마로 인해 정부의 대규모 지출을 위한 국채 발행 증가 가능성이 낮은 데다, 우리나라의 우량 장기채권 공급 부족 현상도 과거 대만이 겪었던 현상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됐다.

문 연구원은 국내 생보사가 대만의 사례를 참고해 해외투자를 확대할 때 환헤지 비중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대만과 달리 미국보다 금리가 높아 선물환이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헤지 비중을 높일수록 수익은 높아지는 구조다. 다만, 일부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는 있다.

문 연구원은 "해외채권 투자시 환헤지를 원칙으로 하되 일부를 환헤지 하지 않거나 원화 절하가 확실하면 파생포지션의 롤오버 전략을 액티브하게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화자산과 마이너스의 상관관계를 가진 US달러채권을 주로 편입할 것을 권고한다"며 "신흥국 현지통화 투자는 적절치 않다"고 조언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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