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한국은행은 국내은행의 최근 외화유동성 상황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유럽은행의 대규모 디레버리징 등 충격 발생 시에는 악화될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보유한 외화자산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데다 외화부채는 만기 구조가 갈수록 단기화되는 점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19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내은행의 외화자산은 현금화가 어려운 외화대출 위주로 구성돼 있는 반면, 외화부채는 차환리스크가 있는 차입금(외화채권발행 포함)의 비중이 높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국내은행의 전체 외화자산 중 유동화가 쉬운 외화예치금과 외화유가증권 비중은 21.4%에 불과한 상태다. 유동성 악화 상황에서 자금 회수가 어려운 매입외환과 외화대출금 비중이 대부분(78.6%)을 차지해 외부 충격시 외화 현금화가 어려운 구조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또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조달 수단인 외화예금이 전체 외화조달액 중 28.2%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은행의 외화대출이 증가세를 지속하고 외화부채의 잔존만기가 단기화해 외화자금 조달운용 구조의 안정성도 낮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외화대출 대비 장기외화차입(잔존만기 1년 이상)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장기외화부채 확충에 힘입어 106.9%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작년 말 71.1%로 낮아졌다.

한은은 "유럽 국가채무 위기 등으로 유럽계 금융기관이 대규모 디레버리징에 나설 경우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 사정이 악화할 수 있다"며 "관련 정책당국은 은행들의 외화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국내로 옮겨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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