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올해 인수ㆍ합병(M&A) 시장의 '메가딜'로 평가되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의 공개 매각이 본격 시작된다.

KAI의 최대주주인 한국정책금융공사의 진영욱 사장은 19일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영권 매각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공사는 이달 중에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하반기 중에 국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공개 입찰을 실시해 연내에 매각을 종료할 계획이다.

진 사장은 "KAI의 새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주주협의회가 매각에 합의했다"며 "KAI를 세계적인 항공기 제조사로 성장시킬 수 있는 책임과 역량을 겸비한 경영주체에 매각하기 위해 공정, 투명하게 매각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KAI는 1999년 10월 삼성항공우주산업과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의 항공사업을 통합해 만들어진 기업이다.

현재 정책금융공사(산업은행 및 특수관계인 포함)가 26.7%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고, 삼성테크윈과 현대자동차가 각각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그룹도 특수목적회사인 DIP홀딩스(5%)와 오딘홀딩스(5%)를 통해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번에 매각이 예정된 지분은 주주협의회 지분 56.7% 가운데 최소 40% 이상이다.

삼성ㆍ현대차ㆍ두산이 보유 중인 지분 30%와 정책금융공사가 보유 중인 지분 가운데 10% 이상이다.

진영욱 사장은 "정책금융공사가 얼마 만큼의 지분을 내놓을지는 정부와 협의를 해 봐야 한다. KAI가 방산업체여서 공기업인 정책금융공사가 일정 부분 지분을 보유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18일 기준 시가총액이 2조8천658억원과 매각 지분을 40%로 고려했을 때 매각 가격은 1조1천463억원이다. 여기에 입찰 과정에서의 인수 후보간 경쟁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할 때 매각 가격이 1조5천억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KAI의 매각이 본격화함에 따라 인수 후보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이전부터 KAI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만큼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 보이고, 방위산업을 영위하는 한화그룹도 조심스럽게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체인 삼성ㆍ현대차ㆍ두산 등도 인수자로 뛰어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진영욱 사장은 "주주협의회 소속 기업들이 인수자로 참여할 여부는 우리로서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인수 주체로 참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주주사가 인수자로 참여하면 이해 상충 등을 고려해 매각 주주협의단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 KAI의 고객사이자 세계적인 항공기 제작업체들이 인수 주체로 나서기는 어려을 것으로 보인다. KAI가 방위산업체로 법에 의해 외국인이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일 10% 이상의 지분을 갖기 위해서는 지식경제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 과정에서 국방부장관과 협의하도록 돼 있어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기는 어렵다.

진 사장은 "법에 따라 외국인의 참여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10% 이하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데는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KAI는 국내 방위산업 부문의 항공기 제작과 판매, 개발 사업을 독점하고 있으며, 민간 항공기 부품과 개발, 제작 등의 민수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고등훈련기인 T-50 계열의 프로젝트를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고 기본훈련기인 KT-1 양산과 해상초계기인 P-3 성능개량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KAI의 수주 잔고는 전년보다 1조원 이상 늘어 7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조2천86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천56억원과 73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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