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희진 기자 =서울 채권시장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라는 유령이 다시 나타났다. 지리멸렬한 장(場)이 계속되면서 시장 참가자들은아직 가능성은 작지만 혹시나 하는꿈을 꾸기 시작했다.

경제지표상으로만 판단한다면 인하도 가능하다. 특히 물가가 눈에띄게 나아졌다. 이미 물가가 오를대로 올랐는데 물가수치가 낮아진게 대수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러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5% 상승했다.

3월에 2.6%를 기록해 2010년 8월(2.7%) 이후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으며, 4월에는 2.5%까지 상승률이 둔화된 것이다.

경기 둔화 양상이 뚜렷해진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를 통해"경기 회복세가 주춤한반면 물가는 안정기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지식경제부도 6월말 수출 및 무역수지 전망치를 하향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4월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4.7% 감소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고용도 불안하다. 거리에 청년실업자가 넘친다. 이들이 총선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여당은 국회에서 20석을 잃었다. 대선이 얼마남지 않았다.

정부, 공공기관 및 가계부채는 천문학적 숫자를 경신하며 증가하는 추세다. 금리 인상은 더욱 더 부담스럽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은 고위 관계자는 세계적인 기조와 함께 한은은 상당기간 금리를 동결할 수 밖에 없다는 사견을 밝혔다. 사실상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자기 고백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그는 금통위원은 아니다. 다만 신임 금통위원 등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은 집행부라는 점에서 그의 사견을 무시할 수도 없다.

특히 비둘기 성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다수 금통위원들이 경기둔화 조짐 등에 대해무슨 생각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금리인하 기대감'이라는 유혹이 허상만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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