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뉴욕 주가가 연일 급락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하면서 서울채권시장의 강세 흐름이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한 국고채 3년물에 대해선 보수적인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 장기물 위주의 차별화된 강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3년 금리는 지난 21일 연 1.709%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17일 기록한 역대 최저치 1.691%에 2bp 이내로 근접했다. 하루 만에 최저치 기록이 갈릴 수 있는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그림: 국고3년·국고10년 금리 및 스프레드 추이)

일단 분위기는 좋다. 지난 주말 뉴욕 주가가 급락하면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된 덕분에 이날 서울채권시장은 최근의 강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21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30.94포인트(3.12%) 내린 16,459.75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가 이틀간 기록한 낙폭 888.98포인트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19-20일 이후로 가장 컸다.

같은 날 뉴욕채권시장에서도 미 국채금리의 하락세가 이어졌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2.9bp 낮아진 연 2.041%를 나타냈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연구원은 "중국 경제 둔화에 따른 악영향이 국제유가와 주식시장의 급락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당초 예상보다 금리 저점은 깊어지고 금리 반등 시기는 뒤로 늦춰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증권사는 이번주 국고채 3년물 금리 하단 전망치를 1.660%로 제시했다. 역대 최저치인 1.691%를 깨고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국고채 3년물의 과도해진 레벨 부담이 추가 강세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약하다는 점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8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경기의 불확실성이 있다는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지난달보다 긍정적인 스탠스를 강조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에 대해서도 금융불안 확대 가능성을 지적하는 등 매파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0일 '한국은행 조사통계 국제컨퍼런스'에서도 주요국 중앙은행이 저인플레이션 상황에 대응해 금융완화 기조를 장기간 지속해왔는데 이로 말미암은 부작용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정책금리 수준이 낮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됐고 이에 따른 거시경제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현재의 1.50%를 유지하는 한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3년 금리가 1.70%선을 깨고 내려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채권연구원은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고채 3년 금리가 1.70%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속에 상대적으로 신흥국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국내에서도 달러-원 환율이 1,200원대에 근접하는 등 연일 급등세를 타면서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은지점 채권딜러는 "원화 가치가 급락세를 보이는 한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채권을 안전자산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외국인 현·선물 매도에 따른 금리 상승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으며 그나마 레벨 부담이 작은 장기물 위주의 매매가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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