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실패한 경영자이지만 부도덕한 경영자 아니다"

큰 피해 입은 협력사도 법원에 "강회장에 기회달라" 탄원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배임과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샐러리맨의 신화' 강덕수 전 STX 회장이 오는 1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강 회장을 구속한 검찰은 지난해 10월 1심을 앞두고 2조3천억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9천억원대의 사기대출을 받고, 1조7천5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피해를 끼쳤으며 회사 돈 557억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자금 2천843억원을 개인 회사에 부당지원했다면 강 회장에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주장한 2조3천억원대의 분식회계 혐의 가운데 5천841억원만 인정했고, 횡령과 배임액도 679억원만 유죄로 인정했다. 법원이 내린 형량은 검찰이 구형한 것보다 4년이 적은 6년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형사5부(김상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또다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그룹 회장으로서 개인 회사를 장기간 부당지원하는 등 배임과 횡령을 저질러 기업과 국민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를 다시 들이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회장은 여전히 검찰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실패한 경영자이지만 (분식회계ㆍ배임ㆍ횡령을 저지를 정도로) 파렴치한 경영자는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다.

강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선처를 호소하는 1천600여 통이 넘는 탄원서가 법원에 제출돼 관심을 끌고 있다.

'기업과 국민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검찰의 주장이 무색하게 STX그룹이 무너지면서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수많은 사람들이 강 회장에게 기회를 달라며 탄원서를 냈다.

STX의 위기로 막대한 피해를 본 협력사 대표들은 물론, STX 노조 간부와 조합원, 이미 STX를 떠난 직원들, 강 회장의 지원을 받아 어려움을 피할 수 있었던 고학생들까지 탄원서 제출 대열에 동참했다.

2009년 STX에 입사해 일하다 지금은 다른 기업으로 옮긴 한 직원은 "족벌 경영을 하면서 동네 빵집까지 진출한 여느 대기업과 달랐고, 강 회장은 해외로 사업을 넓히면서 젊은이들에게 꿈과 기회를 실현시켜 주려했다"면서 "강 회장과 대화 한번 나눠본 적 없지만 재판을 방청하러 다녀왔다. 그가 채용했던 젊은 직원들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재판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봤던 STX의 한 직원은 "해외에서 탈진상태에서 링거를 꽂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목숨바쳐 일만 하셨는데 안타깝다"고 눈물을 삼켰다.

한 협력사의 임원은 "작년 4월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수많은 협력사가 수사를 받았지만 강 회장의 비자금은 없었다"면서 "그동안 알아왔던 강 회장이 검찰 수사에서도 증명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탄원서를 낸 사람들은 하나같이 경영실패를 배임죄로 옭죈다면 어느 경영자가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기업을 성장시키려 하겠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법원이 배임과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 전 KT 회장에 무죄를 선고하고 대법원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것이 강 회장의 항소심 선고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가 이석채 회장의 배임을 무죄로 판결하면서 "기업 경영에는 위험이 있을 수 있고 기업 이익을 위해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예측이 빗나가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것까지 배임죄로 처벌하면 죄형법정주의에 맞지 않고 기업가 정신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밝힌 점은 강 회장의 항소심 판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배임죄에 대한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한데다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도 불분명 해 기업 경영자들을 지나치게 옥죌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강 회장은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평생을 떳떳하게 살며 투명하게 기업을 운영했다고 자부한 저의 마지막 명예를 되찾고 싶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제가 파렴치한 기업인으로 치부되는 것은 정말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기회를 준다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고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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