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3일 서울채권시장은 대기 매수세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하면서 국내 채권 수급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 매매와 중국에 대한 경계, 기대 이상의 국내 3분기 성장률 지표 등으로 활발한 베팅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시간으로 22일에 열린 ECB 정례 통화정책회의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우리는 필요할 때 행동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유로존의 물가상승률과 경제 회복력이 신흥시장의 성장 둔화에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수준은 12월 정책 회의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연말에 추가 양적완화(QE)를 시사했다.

시장의 기대보다 드라기 총재는 더 비둘기파로 인식됐다. 유로화의 가치는 급락했고 유럽 증시와 뉴욕 증시는 모두 급등했다. 독일 등 유로존 주요국의 국채금리는 크게 떨어졌다. 박스권 하단에서 가격 부담이 가중된 미국채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원화채권은 글로벌 양적완화의 수혜대상인 경험이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양적완화를 시작하자 외국인의 매수세가 본격화했다. 유럽까지 부양책을 쓰자 북유럽을 중심으로 한 자금 유입세도 목격됐다.

신흥국의 금리인하에 유럽의 양적완화까지 가세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의 축은 완화로 더 기울었다. 국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는 다시 확산할 수 있다. 수급으로나 심리적으로 서울채권시장에는 우호적인 재료다.

하지만, 당장 서울채권시장 참가자들이 매수 일변도로 나오기에는 불확실성이 많다. 우선, 초장기물을 중심으로 한 가격 부담이 상당하다. 올해 3·4분기 국내 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돌았기에 섣불리 금리인하 베팅을 하기도 애매하다. 국채선물 매수 포지션을 대거 쌓아둔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기 어렵다.

중국의 경제운영 방향도 살펴야 한다. 다음 주부터 중국은 제18기 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8기 5중 전회)를 열어 주요 정책을 논의한다. 중장기적인 중국의 성장률 목표와 대응이 공개된다. 중국의 스탠스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심리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국은 ECB보다 더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위험자산의 상승세가 단기적으로나마 가팔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채권시장은 꾸준한 대기 매수세 속에 수급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등 단타 매매 세력의 동향에 따라 변동성이 결정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대비 1.2%를 기록했다. 시장의 예상치보다 높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오전 9시에 한은-연세대학교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한다. 기획재정부는 오전 11시15분에 국고채통합시스템 오픈 기념식을 개최한다.

◇ 美 금리 보합권…환율 하락

현지시간으로 22일 오후 5시쯤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0.3bp 상승한 2.028%를 기록했다. 2년물과 30년물은 각각 2.0bp, 0.3bp 낮아졌다. ECB가 비둘기파로 나오면서 매수세가 들어왔지만, 주가 상승으로 금리 낙폭이 제한됐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131.50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1.05원)를 고려하면 전 거래일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138.60원)보다 8.15원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20.55포인트(1.87%) 상승한 17,489.16에 장을 마감했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 역시 각각 1.66%, 1.65% 올랐다. (정책금융부 채권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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