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현대그룹은 지난해 대영저축은행(현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초 6성급 호텔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이하 남산반얀트리)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 때 제4이동통신사업에 참여하려다 포기했고, 최근에는 금융사를 추가로 인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14일 IB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못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업 다각화 의지에 동감하면서도 부진한 실적과 취약한 재무구조에 우려를 나타냈다.

현 회장이 사업 다각화라는 목표와 재무·실적 악화라는 현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만큼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의 실적과 재무상태는 좋지 못하다.

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은 지난해 IFRS 연결기준 7조4천208억원의 매출액에 4천146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또 당기순손실액만 5천245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2천억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입었다. 컨테이너 운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이유가 크다.

재무상황도 좋을 리 없다.

지난해 말 기준 연결 부채비율은 403.8%, 개별로는 396%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 IFRS 도입 이후 실적 악화로 매분기 부채비율이 상향곡선을 그렸다. 순차입금 의존도도 60% 내외로 보통 우량·비우량의 판단기준인 30%의 두 배에 가깝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의 신용등급(A) 전망은 올해 초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그룹 계열사 중 비교적 재무가 우량한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지난해 8천792억원의 매출액에 28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010년에 비해 반토막에 가깝게 떨어졌고 당기순손실이 파생상품 평가손실 등으로 2천600억원대에 달해 적자전환했다.

부채비율(지난해 말 150.9%), 순차입금의존도(14.7%)도 분기별로 조금씩 오름세였다.

현대아산의 경우 지난해 141억원의 영업손실로 4년 연속 적자를 나타냈고 올 1분기에도 3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230.2%에 달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해 15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9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52%.

주요 계열사 중 현대증권만이 그나마 꾸준한 이익으로 현대그룹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M&A 실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넉넉하지 못하다. 한 때 5조원이 넘는 가격에 현대건설을 인수하려고도 했으나 차입 비중을 컸던 만큼, 현실적인 자금력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 말 IFRS 별도 기준 현대상선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약 6천500억원, 현대엘리베이터는 2천275억원 수준이다. 그룹 차원에서 가용자금은 1조원 정도지만 재무 완충력과 현금창출력을 고려할 때 실제 차입 없이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게 IB 업계의 평가다.

IB 업계 관계자는 "해운사업과 건설경기에 연동되는 엘리베이터 사업, 택배사업, 대북사업 등 그룹 주요 사업이 모두 리스크가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과 캐시카우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실적 안정과 재무 관리가 뒤따라야 M&A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며 "실적 부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M&A 자체도 그대로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현대그룹 측은 이에 대해 "대영저축은행이나 반얀트리 모두 작은 딜"이라며 "재무에 무리가 갈 정도에 M&A를 추진하지 않았고 최근 금융사 인수 추진설도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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