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독립그룹으로 설 당시만 해도 계열사가 고작 4개에 불과했던 LS그룹은 지난 10년간 '무한확장'의 성장세를 보여왔다.

작년 말 기준으로 LS그룹의 계열사는 무려 48개. 재계 서열 13위의 대기업집단 반열에 올랐다.

LS그룹은 '스몰딜의 명수'라 불릴 정도로 규모가 작은 기업을 인수하면서 계열사를 불렸다. 그만큼 인수ㆍ합병(M&A) 횟수도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 시장 참가자들은 LS그룹을 공격적인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보수적인 'LG의 DNA'를 가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단순히 인수하는 기업이 작아서가 아니다. 수많은 M&A가 자신의 전공 분야(전선ㆍ에너지ㆍ기계부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문사가 LS그룹과 계약을 맺고 딜을 진행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을 정도로 내부 검토가 면밀하게 이뤄진다.

LS그룹이 최근 스몰딜에 더 집중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 2008년 8월 세계 권선시장 1위 업체인 수페리어에식스(Superior Essex Inc 이하 SPSX)를 인수하면서 부터다.

역시 '전공 분야' M&A였으나 인수 총 금액이 1조2천억원이 넘는 LS그룹으로서는 유례없는 대형 거래였다. 인수금액의 상당 규모를 직간접적으로 빌려서 충당해야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우량하던 LS그룹에 유동성 위기설이 돌기도 했다. SPSX의 실적부진은 설상가상 격이었다.

이후 LS그룹은 대형 M&A에 다시는 나서지 않았다. 원래의 전략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LS그룹의 이러한 행보를 다른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사촌형제 사이의 공동경영이라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 범 LG家처럼 미래 계열분리를 위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빠르게 덩치를 키우려고 한다는 진단이다.

친형제 간에도 경영권 분쟁이 잦은 마당에 언제까지 사촌끼리 공동경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

규모와 수익성이 계열분리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진단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독특한 의사결정 구조…각개약진 =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구평회, 고 구두회 명예회장이 2003년 LG그룹에서 LS그룹으로 떨어져 나왔다.

계열 분리 이후에는 세 형제의 아들들이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회장은 LS전선을 이끌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2008년부터 ㈜LS 회장으로서 그룹 회장직을 수행해 왔다.

차남인 구자엽 회장은 LS산전과 가온전선을, 3남인 구자명 회장은 동제련과 예스코 사업 부문을 각각 책임지고 있다. 4남은 구자철 한성 회장이다.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열 회장은 LS전선 회장을 맡아 전선과 엠트론 사업 부문을 이끌고, 차남인 구자용 회장은 E1과 LS네트웍스 경영을 맡고 있다. 3남인 구자균 부회장은 LS산전에서 구자균 회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고 구두회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구자은 사장은 지난해 말 LS전선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로써 LS그룹은 '사촌경영'의 틀을 거의 본궤도에 올려놨다.

LS그룹에서 M&A나 투자결정은 각 사업부문별로 이뤄진다. 지주회사는 적극적인 컨트롤타워 역할 보다는 상당히 느슨한 통제만 할 뿐이다.

다만, M&A에도 원칙이 있다. 아주 간혹 전혀 다른 분야에 손을 댈 때는 그룹의 '컨센서스'가 필요하다.

따라서 전공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M&A나 투자가 훨씬 더 빠르게 추진된다.

2008년 LS엠트론은 자동차 전장부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대성전기를 인수했다. 2009년에는 LS산전이 메트로닉스를 인수해 인버터와 PLC에 이어 서보시스템까지 공장자동화에 대한 풀라인업을 구축했다.

예스코는 ㈜한성을 인수해 범 LG가에서는 LIG에 이어 두 번째로 건설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구자철 회장이 2003년 대한주택공사 자회사인 한성을 인수한 바 있으나 그동안 그룹 계열사로 편입되지 않았다.

같은 해 LS전선은 중국 전선 시장 공략을 위해 홍치전기를, LS산전은 그린빌딩 솔루션 분야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사우타코리아를 사들였다. LS산전은 LS전선이 인수한 홍치전기의 자회사 호개전기를 인수하며 초고압 분야를 강화했다.

LS네트웍스는 지난해 청주 흥업백화점을 인수했고, LS엠트론은 동국제강 계열사인 농기계 시장 점유율 3위인 국제종합기계를 인수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LS니꼬동제련은 그동안 리싸이텍코리아, 토리컴, 화창 등의 인수를 통해 폐가전제품에서 나오는 동을 재활용하는 등의 리사이클링 사업을 강화했다.

이상 피인수 회사들은 모두 1천억원 미만이 중소형 업체다. 성사된 딜 가운데 가장 비싼 대성전기 인수가격도 700억원에 불과했다.



◇SPSX 인수 후폭풍에 그룹 전체 '화들짝'…스몰딜 성과도 '글쎄' = LS그룹이 2008년 SPSX를 공개매수를 통해 인수한 것은 M&A 시장 뿐 아니라 그룹 내부적으로도 큰 이슈였다.

LS네트웍스의 전신인 국제상사 인수 금액이 8천500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SPSX 인수는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가장 큰 거래였기 때문이다.

그룹 측은 "딜 자체로만 보면 적기에 싸게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주변 상황은 기대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당시 대형 기업 인수 자금을 차입금으로 충당한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여지없이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렸다.

그룹의 주력인 LS전선은 회사채를 발행해 SPSX 인수를 위해 설립한 사이프러스 인베스트먼트(Cyprus investment)에 3억4천600만달러를 투자했고,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4억달러를 빌렸다. 외부 차입금만 원화로 약 9천억원에 달했다. LS전선으로서는 다소 무리였으나 그룹의 연대보증까지 받아 성공을 확신했다.

또, 국민연금을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여 투자금 1억7천300만달러를 받아냈다.

LS전선은 인수 작업이 한창이던 7월에 지주회사 체제로 변모하기 위해 ㈜LS와 LS전선㈜, LS엠트론㈜으로 분할됐다. 신설된 LS전선의 경우 차입금 재조정으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크게 상승했다.

2008년 말 LS전선의 부채비율은 406.7%, 차입금의존도는 55.7%로 상당히 취약했다. 더구나 금융위기 여파로 LS전선과 SPSX가 동반 실적 부진을 겪었다. SPSX 실적은 2009년 이후에도 전기동 가격에 따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LS전선은 4억달러의 차입금 중 1억1천만달러를 미리 갚고 자회사인 사이프러스에 1억3천만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LS전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프러스는 3조1천66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4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LS전선의 부채 관련 지표들은 여전히 나쁘다.

LS그룹은 SPSX 인수 이후 다시 작은 기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그룹 재무나 현금창출력으로 보면 SPSX 인수가 아주 무리한 딜은 아니었으나 시기가 좋지 못했다"며 "아무튼 해당 딜 후 LS그룹 내부에서 M&A에 대한 시각이 다소 달라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동안 LS그룹에 편입된 작은 기업들의 실적도 의외로 부진하다. 스몰딜을 통해 전공 분야의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가 무색할 정도다.

LS전선이 2005년에 인수한 JS전선(구 진로산업)은 201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당기순손실을 나타냈다. 한 해 앞서 인수한 GCI는 소폭의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GCI와 함께 계열로 편입된 알루텍은 여전히 적자 사업체를 면치 못했다.

2009년에 인수한 홍치전기(현 LS홍치전선)도 지난해 2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LS전선의 해외 법인들의 실적도 부진하다.

LS엠트론이 2008년에 인수한 대성전기도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보였고, 리싸이클 사업 강화에 나선 LS니꼬동제련의 경우 토리컴을 제외하고 리싸이클코리아, 화창 등은 손실을 나타냈다.

LS산전은 LS메카피온(구 메트로닉스)를 흑자 사업체로 보유하고 있으나 LS사우타(구 사우타코리아)와 호개전기, 플레넷 등을 흑자로 전환시키지 못하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LS계열들이 수직계열화나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딜을 수행했으나 아직 본격적인 시너지를 내지는 못하고 있어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포분열을 위한 M&A(?) = LS네트웍스가 참여한 사모펀드는 2008년 이트레이드증권을 인수했다. LS네트웍스는 해당 사모펀드에 30.2%를 출자한 최대주주다. 사실상 LS그룹이 증권업에 진출한 것이다.

실제로 LS그룹은 회사채 발행 업무를 이트레이드증권에 몰아주며 사실상 계열사처럼 대했다.

다만, LS네트웍스는 현재의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증권업에 진출했다는 것을 선언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다.

과거 범 LG가의 'LG투자증권 원죄'로 인해 금융당국 및 시장의 눈치를 보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LS그룹이 LS네트웍스를 앞세워 이트레이드증권에 투자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LS네트웍스는 E1의 계열사로 지주사 입장에서는 손자회사다.

그룹의 주력인 전선과 기계부품, 에너지와 달리 소비재 사업을 영위하고 그룹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M&A를 펼치고 있다.

LS그룹이 주력 사업을 키우는 '보수적인 M&A'를 견지하면서도 새로운 업종도 '너무 드러나지 않게' 계속 추가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범 LG가에서 경영권이나 자신의 지분을 노리고 반란을 벌이는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겨지지만, 사촌 간의 경영은 상당히 불안한 지배체제"라며 "결국 분란을 만들지 않고자 LS그룹도 계열분리를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주력 업종 수가 부족해 새로운 사업에도 꾸준히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선과 에너지, 기계부품 계열사도 M&A를 통해 빠르게 덩치를 키우는 것도 나중에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수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IB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구씨 가문의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나 형제간의 우애 등을 고려하면 LS그룹 내의 계열분리는 예상보다 먼 미래의 일이 될 수 있다"면서도 "현재의 느슨한 지주사의 역할이나 주력 업종의 수직계열화, B to C 사업 강화 등의 행보를 보면 그룹에서 수행하는 스몰딜이 예사롭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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