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9일(미국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물가 상승압력 증가로 단기 국채가격은 하락한 반면 유가 하락과 성장률 둔화 전망으로 장기 국채가격은 소폭 상승하는 등 혼조세를 나타냈다.

미국 달러화는 소비자물가가 디스인플레이션 우려를 약화했음에도 뉴욕유가 급락에 따른 안전자산 매수세로 엔화와 유로화에 하락했다.

뉴욕유가는 미국의 주간 원유재고 사상 최고 기록과 주요 산유국들의 가격 지지를 위한 의미 있는 합의 가능성 약화로 공급 과잉 우려가 지속돼 하락했다.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유가가 3% 넘는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혼조세로 마감했다.

이날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기준금리 인상 불씨를 되살렸다.

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율로 1.4% 상승해 2014년 10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월 근원 물가 역시 전년 대비 2.2%나 올라 2012년 6월 이후 최대를 나타냈다.

1월 CPI는 전월대비로 변화가 없어 마켓워치 조사치 0.1% 하락을 웃돌았다. 1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0.3% 상승해 월간 기준으로 2011년 8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0.2% 올랐을 것으로 내다봤다.

클리블랜드 로레타 메스터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미 경기 침체 우려를 증폭시키는 금융시장 혼란에도 경제 기본 여건이 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며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1.44포인트(0.13%) 하락한 16,391.9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0.05포인트(0.00%) 내린 1,917.7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6.89포인트(0.38%) 오른 4,504.43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지수는 이날 하락 출발해 장중 내내 하락 흐름을 이어갔지만, 나스닥 지수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가가 급락한 가운데서도 지수의 낙폭은 크지 나타나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소재업종이 1% 이상 떨어지며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외에 에너지업종과 헬스케어, 산업주 등이 소폭 하락한 반면 금융업종과 임의·필수 소비재, 기술주는 상승했다. 소재주를 제외한 업종별 등락은 1% 미만이었다.

팰리세이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댄 베루 수석 투자 담당자는 "유가가 하락했지만, 지수가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은 고무적이다"며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유가와 관련성이 깨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식시장은 유가가 큰 폭의 변동성을 나타낼 때마다 유가의 상승과 하락 방향을 따라갔다.

아이칸 엔터프라이즈의 주가는 11% 급락하며 2013년 12월 11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신용평가사 S&P가 이 회사를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큰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힌 여파다. 아이칸 엔터프라이즈의 신용등급은 'BBB-'다.

지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연율로 2014년 후반 이후 최대 상승률을 보여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된 점도 약세 재료로 작용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일보다 5.18% 하락한 20.52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3/32포인트 상승했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1.2bp 낮아진 연 1.750%를 보였다. 이번주 들어 수익률은 소폭 올랐다.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3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8bp 하락한 2.604%를 기록했다.

반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3.6bp 상승한 0.746%를 나타냈다. 이번주에 4.8bp 올랐다.

장기 국채가격은 3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3.7% 하락하는 약세를 보여 상승했다. 유가 하락은 미국의 주간 기준 원유재고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가능성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반면 단기 국채가격은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웃도는 등 Fed의 올해 1-2차례 금리인상을 지지할 수준이라는 전망으로 하락했다.

한 시장관계자는 "이날 물가는 Fed가 올해 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일정부분 찬물을 끼얹었다"고 풀이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 역시 단기 국채가격에 일정부분 하락압력을 가했다.

또 다음주에 단기 국채입찰이 예정된 것도 물량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무부는 오는 23일(화) 260억달러 어치의 2년만기를, 24일과 25일에는 340억달러 어치의 5년만기와 280억달러 어치의 7년만기 국채를 각각 입찰한다.

물가지표가 나온 뒤 `단기 국채 매도·장기 국채 매수`가 강화돼 장단기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재개됐다.

2-10년만기 국채수익률 스프레드는 전날의 105.2bp보다 좁혀진 100.4bp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미 국채가 주 타깃인 미국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10주 연속(근 5년 만에 최장기)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움직임은 전세계 경제 전망 불확실 증폭과 많은 여타 자산들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된 때문으로 풀이됐다.

펀드추적업체 리퍼에 따르면 지난 2월17일로 끝난 주간에 16억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이 순유입돼 올해 들어 총 124억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작년 한해 동안 순유출된 161억달러에 맞먹는 규모이다. 이에 따라 작년 말 2.273%에 마친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1.75% 수준까지 하락했다.

RBS의 금리전략가들은 지난 12일(금)부터 17일(수)까지 거래량 감소 속에 국채가격 하락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투자자들이 대체로 관망세를 취한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말과 10월 말, 12월 중순에도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하며 수익률이 급등했다면서 국채가격이 상승 추세를 나타낸 올해에는 거래량이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부연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2.65엔을 기록해 전날 뉴욕 종가인 113.21엔보다 0.56엔 내렸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달러화는 전세계 성장률 둔화 우려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달 들어 이번주까지 엔화에 7%가량 하락해 3주 기준으로 2013년 6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보였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129달러를 기록해 전날 종가인 1.1097달러보다 0.0032달러 올랐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5.36엔에 거래돼 전날 종가인 125.64엔보다 0.28엔 떨어졌다.

영국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파운드당 1.4359달러를 나타내 전날 종가인 1.4330달러보다 0.0029달러 상승했다.

달러화는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가 Fed의 올해 1-2차례 금리인상을 지지한다는 분위기에도 뉴욕유가가 3.7%의 급락세를 나타내 엔화와 유로화에 낮아졌다.

유가는 미국의 주간 기준 원유재고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다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가능성 희박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가 지속돼 큰 폭으로 내렸다.

달러화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3월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유가 급락으로 유로화에 약세를 보였다.

비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이날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물가가 아주 빠르게 2%로 돌아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 중앙은행은 조치에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한 시장관계자는 "미 물가가 예상보다 긍정적이었으나 유가가 급락세를 보임에 따라 유로화가 반등했다"면서 "유가 반락이 없었다면 ECB와 Fed의 통화정책 차별화로 유로화가 1.10-1.05달러 범위 대를 하향 테스트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소비자물가가 수개월 안에 연율 대비 2% 아래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미국의 금리인상 여부보다는 위험거래 회피 심리가 달러화의 움직임을 좌우하고 있어 일본 외환당국의 실질적 개입이나 일본은행(BOJ)의 강력한 부양책이 나오기 전까지 엔화 매수세가 지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제프리스의 브래드 벡텔 매니징 디렉터는 한국 채권을 보유한 외국인투자자들이 지난 수일 동안 매도에 나서 한국 원화가 하락압력을 받았다면서 대북 긴장 고조 역시 투자자들의 달러 매수를 유인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6.25%로 25bp 인상했다. 이에 따라 6개월 연속 금리를 올렸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13달러(3.7%) 낮아진 29.64달러에 마쳤다.

이번주 유가는 0.7%가량 상승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주요 산유국들이 산유량을 지난 1월 수준에 동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란이 산유량 동결을 거부하며 시장점유율 회복을 위한 증산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밝혀 유가 강세에 대한 기대가 급격히 약화됐다.

한 시장관계자는 "이란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산유량 동결 합의라는 유가 지지를 위한 첫번째 조치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향후 감산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판단된 산유량 동결이 무산된 것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고 풀이했다.

여기에 지난주 미국의 원유재고가 5억410만배럴로 집계돼 주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전날 발표가 하루 늦게 원유시장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모습이었다.

또 미국의 주간 산유량이 하루 910만배럴 수준을 보여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의 산유량은 지난해 4월 970만배럴을 나타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은 미국의 원유 채굴장비수가 60% 이상 급감했고 원유업체들의 자본 지출 축소에도 산유량이 빠르게 감소하지 않는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오후 들어 유가는 2월19일 기준으로 일주일 동안 미국의 원유 채굴장비수가 감소했다는 소식으로 낙폭을 축소했다.

원유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는 주간 원유 채굴장비수가 26개 감소한 413개를 보여 9주 연속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초과 공급이 조만간 해소될 가능성을 없는 데다 전세계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할 동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올 연말에나 유가가 40달러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이는 올 하반기에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공급이 완만하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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