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사상최대 규모의 해외주택사업을 앞둔 한화건설이 업계 선두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와 함께 새로운 시험대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라크는 종파간 갈등 등 불안한 대내외 환경에 둘러싸인 지역인데다, 한화건설이 해외 대형주택사업을 처음으로 진출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사업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화건설은 이르면 다음주 주택 10만호를 건설하는 77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Bismayah) 신도시 프로젝트의 본계약을 체결한다고 25일 밝혔다.

▲ 해외 주택사업 '신출내기' = 먼저 한화건설이 해외에서 대형 주택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분석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1만2천여세대 규모의 인천 에코메트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규모에서 차이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에 1천830만㎡(550만평)의 분당급 신도시를 7년 동안 개발하는 공사다.

공사규모가 77억달러(9조원)에 달하는 등 작년 한화건설 매출(2조7천억원)에 3배가 넘는 수준이다. 공사금액 증액(Escalation)조항을 포함해 실제 공사대금은 80억달러에 달한다는 것이 한화건설 설명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일 평균 2만6천명의 인력이 소요돼, 현장인력을 위한 베이스캠프도 110만㎡의 부지에 120동이나 건립한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나간 해외건설 인력이 1만7천여명인데, 이번 사업으로 2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차출인력 규모를 설명했다.

대신 재무적인 부담은 상당 부분 희석될 것으로 기대됐다.

선수금 규모도 상당해 본계약이 체결되면 공사금의 10%(7억7천만달러) 금액이 60일 내로 들어와 유동성 확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말 한화건설의 부채비율은 258%, 순차입금은 1조6천억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는 1조9천억원으로 재무안전성이 나빠졌다.

▲ 이라크 '내우외환' 리스크 = 아울러 이라크가 직면한 대내외적 불안상황은 한화건설이 적응해야할 과제로 거론된다.

이라크 내부에서는 작년 미군이 철수한 이후 집권세력인 이슬람교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뿌리깊은 종파간 갈등으로 날마다 테러위협에 노출된 상황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에도 이라크 전역에서 발생한 테러로 사상자가 40여명이나 발생했다.

국외에서는 핵무기 개발문제로 인접국가인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국가들이 이란산 석유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도 취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해외건설협회의 같은 관계자는 "이라크는 치안이 상당히 불안하다"며 "외교부와 국정원, 해외건설협회에서 이라크 출장시 특별 교육을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현지에서 3조원 규모의 발전소를 짓는 STX중공업의 한 관계자도 "이라크에서 공사현장으로 움직일 때는 항상 가드(Guard)들이 따라붙고 있다"고 말했다.

A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한화건설 직원들은 이라크 현지로 나갈 것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부족한 사업성 극복도 과제 = 이번 해외주택사업은 한화건설의 첫 진출이니만큼, 사업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B대형건설사의 대표는 "작년 우리도 그 사업을 검토했었지만, 사업성이 나오지 않아 포기했다"며 "공사금액 9조원을 10만호 주택으로 나눠보면 1가구당 9천만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업지역에서의 발전시설과 도로 등 인프라 구축에 추가 비용이 들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질적인 공사대금 80억달러(9조4천억원)를 10만호로 단순히 나누면 1가구당 공사대금이 9천400만원으로, 이 사업에서 진행되는 주택면적이 100㎡와 120㎡, 140㎡인것을 감안하면 3.3㎡당 공사대금이 221만~310만원인 셈이다.

이라크 현지에서 평균 주택공사비가 3.3㎡당 350만원 정도이기 때문에수익구조가 부실하다는 설명이다.

사업성을 제고하기 위해 한화건설은 인건비를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동남아 등 해외에서 수급할 단순인력에 월 30달러 정도를 지급할 예정이다. 국내 대형사의 해외플랜트 부문의 경우 외부인력의 수당을 월 100달러 수준에서 책정하고있다.

같은 관계자는 작년 한화건설이 제출한 설계도에 10층 규모의 아파트에 엘리베이터도 넣지 않았다가 이라크측의 항의를 받고 다시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원가절감이 가능한 설계를 하고, 골재 등의 주요자재를 직접 생산하는 등 적정한 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을 기반으로, 향후 이라크 재건에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