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대외 불안 증폭으로 한국경제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당장 통화정책 스탠스에 변화를 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4일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내외 경기여건 악화로 다시 경기부양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통화당국이 이미 금리정상화 시기를 놓친 상황이어서 기준금리 인하는 물론이고 통화완화적인 스탠스로 돌아서는 것 자체에도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채권연구원은 "그동안 금리정상화를 선제적으로 달성했던 일부 국가들은 이미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적극적인 내수부양에 나서고 있으나 한국은 제때 금리인상을 하지 못했으니 제때 금리인하를 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더욱이 최근 유가 하락에도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다는 점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하면 금리인하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대내외 경기여건 악화에도 정부와 한은은 당분간 물가안정에 무게중심을 둔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경기둔화 우려를 높이면서 장기채권을 중심으로 채권시장 강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6월 금통위에서도 기존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유지될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그러나 한은의 발언은 이제 시장에서 '노이즈'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6월 금통위에서도 한은은 금리정상화 의지를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신뢰할만한 투자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며 "한은이 대외 경기불안을 외면하고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반복한다면 한은의 발언은 이제 노이즈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은 미국과 중국 등 G2 국가가 부진한 경기지표를 반영해 이달중 부양책에 대한 시그널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한은의 정책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단언했다.

김상훈 연구원은 "그리스 선거 결과에 대한 확인 심리가 작용할 것이며 지난해에도 시장 컨센서스와 다르게 움직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관련한 특별한 시그널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경기의 하방위험은 확대됐으나 성장 경로의 상저하고 전망을 아직 바꾸지는 않으며 물가에 대한 경계도 유지한다'는 정도의 멘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은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달 중순 그리스 2차 총선과 이달 말의 유럽연합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은의 금리정상화 입장은 고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정준 연구원은 "6월 금통위에서도 비교적 긍정적인 경기 시각과 물가 안정 의지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무엇보다 한은이 내세웠던 기준금리 인상조건인 대외여건 안정과, 한국경제의 성장, 인플레이션 압력 중에서 일부가 하반기 중 충족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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