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져 급등했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4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가격은 1과 13/32포인트 높아졌고, 수익률은 전일보다 16.4bp 내린 연 1.577%에서 거래됐다. 10년물은 장중에 1.421%에서 일중 저점을 기록했으며 일주일간 3.9bp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2.6bp 하락한 0.653%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2월 11일 이후 가장 낮으며 2009년 3월 이후 가장 깊은 일 중 낙폭이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3.1bp 낮아진 2.426%를 보였다.

국채가격은 브렉시트로 파운드화, 주가, 국제유가 등 위험자산 가격이 급락함에 따라 안전자산으로 매수세가 몰려 가파르게 올랐다.

영국과 EU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었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찬성 진영이 승리하면서 영국뿐 아니라 EU의 경기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불안도 확대됐다.

UBS는 브렉시트로 영란은행(BOE)이 앞으로 '제로'(0%)까지 기준금리를 내리고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중앙은행들은 시장 변동성 확대를 완화하는 성명 발표에 나섰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다른 중앙은행들과의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은 일제히 유로화와 다른 통화 등을 은행에 공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발표했다.

파운드화는 달러에 대해 한때 10%가 빠져 30년 내 최저치를 보였다. 스톡스 유럽 600 지수는 7%나 빠진 321.98에 끝나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최악(팩트셋 자료)을 기록했다.

프랑스의 CAC 40 지수는 8% 급락했고 독일의 DAX 역시 6.8%나 떨어졌다.

S&P는 브렉시트 파장은 BOE가 파운드화를 안정시킬지에 달렸다며 2017년 영국과 EU의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1%포인트와 0.5%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미 경제지표도 악화해 국채가 상승 폭 확대에 일조했다.

지난 5월 미국의 내구재(3년 이상 사용 가능 제품) 수주실적이 예상치를 웃도는 감소세를 나타내 올봄 기업들의 신장비에 대한 투자가 약한 상황임을 확인했다.

미 상무부는 5월 내구재수주가 전월 대비 2.2%(계절 조정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0.6% 감소를 웃돈 것이다.

6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등을 앞둔 데 따른 우려와 미국 경기 둔화 전망 등으로 하락했다고 미시간대가 발표했다.

6월 소비자태도지수 최종치는 전월의 94.7보다 하락한 93.5를 기록했다. 이는 마켓워치 조사치 94.0을 밑돈 것이다. 6월 예비치는 94.3이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600포인트가 폭락하는 등 브렉시트 불똥이 바다 건너 미국으로도 튀었다.

캘리포니아대학 손성원 교수는 연준의 올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와 금융 상황이 예상보다 더 악화한다면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다시 낮춰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브렉시트를 결정한 국민투표 결과가 앞으로 18개월간 미국 경제 성장을 0.2%포인트 정도 갉아먹을 것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를 9월에서 12월로 늦췄다.

연준이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따른 경기 부진을 차단하기 위해 올해 기준금리를 계속 동결하는 것뿐 아니라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RBS증권의 존 브릭스 전략가는 "금융여건에 충격이 가해지고 있어서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뿐 아니라 심각하게는 연준의 금리 인하나 다른 경기부양 조치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전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융시장이 계속 약하다면 연준이 가던 길을 되돌려 통화완화에 나서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전일의 41%에서 19%로 낮춰 반영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서 주말을 앞두고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자율 전략가들은 불확실성 탓에 안전자산으로써 선진국 국채에 대한 선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라보뱅크는 올해 말 10년 만기 독일 국채수익률이 이전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더 낮은 마이너스(-) 0.2%로 내려갈 것이라며 ECB가 올해 예금금리를 10bp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거래자들은 물가연동국채(TIPS)를 팔고 일반 국채로 갈아타는 양상을 보였다.

10년물 국채와 동일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 간 스프레드인 BEA(break-even rate)이 14bp가 빠진 146bp로 올해 들어 거의 최저치에 근접했다. 이는 앞으로 10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이 평균 1.46%라는 의미다. 올해 최저치는 120.4bp다.

달러가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은 다시 원자재 시장과 세계 경기에 역풍을 몰고 있다는 우려도 등장했다.

찰스 슈와브의 제프 클레인탑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면서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원자재 가격 하락을 이끌 것"이라며 "이는 위안화 가치하락도 이끌고 복합적으로 중국 경제를 경착륙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에서 브렉시트가 승리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대선을 앞둔 미국의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코너스톤매크로의 앤디 라페리에르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며 지금 미국 유권자들이 이민자들과 경제의 잘못된 상황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10년물 영국 국채수익률은 26.7bp나 급락한 1.096%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같은 만기 일본과 독일 국채도 마이너스(-) 0.2%와 -0.042%로 모두 역대 최저점을 보였다.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