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시장 혼란에 대응하고자 공조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14일(미국 시간) 진단했다.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그리스의 2차 총선 결과가 '리먼브러더스 파산 형태'의 사건으로 번지지 않는 한 중앙은행의 공조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노무라 인터내셔널의 알리스테어 뉴턴 이사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고 이것이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사태가 된다면 중앙은행들이 공조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전역에서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사태)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2008년에 공조에 나선 바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윌 오스왈드 FICC 리서치 헤드는 당시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지면서 신용시장이 기본적으로 얼어붙었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이 함께 움직였다면서 이번에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오스왈드 헤드는 "유로-달러 베이시스 스와프 시장과 미국에서의 외국계 기업어음(CP) 발행이 모두 꽤 좋은 모습"이라면서 "자금시장이 상당한 압력을 받는다는 신호도 없이 ECB가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은행들이 공조하길 원하더라도 공조에 효과가 있을지, 또 공조 자체가 가능할지도 불확실하다고 CNBC는 지적했다.

유럽 금융권 문제를 해결하려면 예금에 대한 범유럽 차원의 보증이 필요한데 독일이 이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다.

메릴랜드대학의 피터 모리치 교수는 "실질적인 문제는 ECB가 역내 은행들의 지급능력을 보증하는 데 필요한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리치 교수는 "Fed가 금융권에 2조달러(2천327억원)를 투입했다. ECB도 위기 상황에서는 긴급 사태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과감한 유동성 투입에 나서야 하는데 현재 ECB에 그런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메시로우 파이낸셜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들이 공조한다고 할 때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의 부양책을 내놔야 할 수 있다"면서 "ECB와 Fed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잠재적인 부양 조치에 대한 언급을 꺼려왔다"고 말했다.

트렌드 마이크로의 돈 러스킨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문제는 중앙은행들이 공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ECB가 완화 조치를 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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