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금융 당국이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공개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테스트베드를 통과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다수의 계좌를 운용하는데 여기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29일 금융위원회와 로보어드바이저 업계에 따르면 내달부터 진행되는 테스트베드에 참가코자 하는 업체는 3가지 투자자 성향(안정추구ㆍ위험중립ㆍ적극투자형)에 맞게 각각 3개의 계좌, 총 9개를 의무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각 업체는 알고리즘에 대해 최소 가입금액 이상을 계좌에서 운용해야 한다.

금융위는 최소 100만원, 총 900만원 규모로 자금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하지만 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실제 일임형 상품의 최소 가입금액이 500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이르기 때문에 결국 적게는 4천500만원, 보통 9천만원 정도의 돈이 테스트베드 참가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디셈버앤컴퍼니, 에임, 쿼터백자산운용, 파운트 등은 최소 가입금액이 500만원부터 시작한다. 쿼터백자산운용의 경우 해외상장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대해 5천만원 이상의 가입금을 요구한다. 이런 상품을 검증코자 한다면 4억5천만원의 자금이 요구되는 셈이다.

여기에 알고리즘별 참가비는 50만원으로 별도로 책정돼 있다.

'중대한 변경'이 발생할 경우 테스트베드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대한 변경은 투자자 성향 분석 방식이나 포트폴리오 구성 원칙, 리밸런싱 원칙, 운용대상 자산 종류 등이 바뀌었을 때를 의미한다.

로보어드바이저 업계에서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나 운용 자산이 바뀌는 것은 시장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조정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 '중대한 변경'이 이를 어떻게 진단한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ETF와 현물 주식 혼합 알고리즘에서 주식 비중을 얼마나 늘리면 '중대한 변경'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단 것이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상황 변동에 따라 알고리즘 내에서 바뀌는 것은 리밸런싱에 해당한다"며 "ETF형 알고리즘이 갑자기 주식 중심으로 바뀌거나 하는 경우가 중대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테스트베드에 통과한 업체는 내년 상반기부터 일임형 상품을 온라인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일임 운용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문업자 등록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금융위의 투자자문업 활성화 방안에 따라 1억원의 등록비가 요구된다.

한 로보어드바이저 회사 관계자는 "당초 검증된 회사에는 요건을 완화해준단 얘기도 있었는데 이는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문업 등록 지원이 따로 마련되지 않았단 점이 일부 회사에는 부담될 수 있다"고 전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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