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김경림 기자 = 한국금융지주가 이례적으로 문서 보안을 대폭 강화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한국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은 앞으로 모든 문서 작업을 할 때 암호를 필수로 등록해야 한다. 문서 변경이나 저장 시 반드시 이를 입력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미 예전부터 시행하던 방침을 다른 계열사로도 확대한 것이다.

외부에 문서를 보내고자 할 때에도 부장급 이상의 암호 결재를 받아야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지주 지침은 빠르면 10월 중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으로 내부 문서 보안이 강화되는 추세기는 하지만,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들은 일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탄력적으로 운영됐다.

그런데도 한국금융지주가 거의 전 계열사에 모든 문서 작업 암호 설정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최근 발생한 펀드매니저 이직 사태와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번 결재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 주말 출근이 필요 없는 관리직은 상관없지만 운용역들의 경우 결제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취지 자체에는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의 한 펀드매니저가 최근 경쟁사로 이직을 결정했는데, 그 매니저가 자신이 관리하던 펀드는 물론이고, 해당 본부의 공유 정보까지 모두 개인 메일로 전송해 가지고 간 게 발단이 됐다.

이 매니저는 500개 이상 파일을 한달 내내 본인 개인 메일로 20번 이상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한국투신운용이 펀드오브헤지펀드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투자전략(GIS) 글로벌재간접펀드 관련 정보도 많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투신운용은 이 GIS 기반을 닦기 위해 글로벌 헤지펀드를 일일이 실사 다니면서 펀드에 담을 수 있는 풀을 구축했다.

또 이 매니저가 전송한 정보 중에는 해당 본부내에 있는 다른 펀드의 수익자 정보 등 돈 되는 정보도 많이 포함됐다.

한국투신운용에는 펀드매니저 한 명이 이렇게 많은 정보를 빼돌릴 동안 보안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불가피해졌고, 이 때문에 지주 차원에서 문서 철통 보안 지침이 내려왔다.

이와 별도로 한국투신운용은 해당 펀드매니저의 직권 면직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처분을 받으면 동종업계에 5년 이상 취업을 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펀드매니저 이직 때마다 불거지는 정보 문제를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펀드매니저 개인이 운용하는 펀드라고 해도 관련 정보는 개인 재산이 아닌 회사 재산"이라며 "경쟁사로 펀드매니저들이 이직할 때마다 사실상 전략 노출 등이 생기는데, 수익자나 다른 정보를 가지고 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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