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5일 정례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와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되 유동성 공급 조치를 더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이 구제기금을 역내 은행에 직접 투입하도록 허가하면서 ECB도 이에 동조해 얼마나 부양 조치를 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지난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나온 결정으로 만들어진 도취감이 계속되려면 새로운 유동성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렌버그은행의 홀거 슈미딩 이코노미스트는 "정상회의 결과가 ECB에 국채 시장을 지지하기 위한 개입을 하도록 한다면 그것은 아주 뛰어난 성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ECB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부채 위기가 여름을 거치면서 나빠져 결국 ECB가 (시장 압력에) 굴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CB는 위기가 시작된 이래 지난해 올렸던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0%로 다시 내렸고 부실 회원국 국채를 간접적으로 사들이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여기에 더해 유로존의 신용 위축을 막고자 금융권에 1조유로(약 1441조원)의 유동성이 투입되기도 했다.

ECB는 당시에도 이러한 부양책들이 시간 벌기용이라면서 정부의 적자 감축을 압박했고 최근 몇 달 새 부채 위기에 대응하는 역할을 꺼리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지난주 정상회의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ECB가 다시, 신속한 조치를 할 것으로 믿고 있다.

슈미딩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정상들의 합의가 장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느냐는 ECB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유로존 구제기금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사면 기금 재원이 고갈될 수 있다면서 "구제기금을 금융권에 직접 지원하는 조치가 시장에 좋은 인상을 주면 공식적인 시장 개입도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메르츠방크의 마이클 슈버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회의에서 금리를 논의하고 나서 ECB가 오는 5일에 기준금리를 0.75%로 실제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추가 유동성 투입과 같은 이례적 조치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드라기 총재가 정부와 은행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고자 할 것으로 보이고 앞서 내놓은 유동성 조치의 효과도 아직 다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유로존 은행들이 민간 부문에 내놓은 대출 규모는 감소해 은행들이 1조유로 유동성을 시장에 풀지 않는 것으로 풀이됐다.

브느와 꾀레 ECB 집행이사도 ECB가 국채 매입을 가장 좋은 수단으로 보고 있지 않다면서 국채 매입은 재정 문제를 풀지도 못하고 지급불능인 은행을 돕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ECB가 기준금리를 25bp 낮추는 데 더해 예금금리를 15bp 낮춰 0.1%로 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은행은 ECB가 여기에 더해 ECB가 수용하는 담보 요건을 완화하고 수년짜리 장기 대출(LTRO)을 내놔야 한다면서도 지난 주말 위험 자산이 랠리를 펼친 것으로 봐서 ECB가 공격적인 완화 조치를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니퍼 매큐언 캐피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도 ECB가 기준금리를 25bp 낮추되 추가 장기 대출(LTRO)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ECB는 금융권 전체에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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