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저축 은행의 선순위 채권자에게 손실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미국 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지난 9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이러한 주장을 했다면서 은행이 청산 절차를 밟을 때에만 선순위 채권단에 손실을 부담하게 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은행 규모가 줄어들었을 때에는 선순위 채권자는 보호를 받게 된다.

ECB의 의견은 지난 2010년 ECB가 아일랜드를 구제할 당시와 다른 것이다. 당시 ECB는 구제금융을 받는 은행의 선순위 채권자가 손실을 봐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채권자에게 손실을 부담하도록 하면 부실 은행에 투입돼야 하는 납세자의 돈이 줄어드는 실익이 있다. 한 유로존 관리는 더 많은 공적 자금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다는 것이 ECB의 자세 변화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금융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방안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은행들에 1천억유로의 구제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보면 은행 주주와 후순위 채권자들이 손실을 본다는 내용만 적혀 있고 선순위 채권자에 대한 언급은 없다.

재무장관들은 또 아일랜드 선례에 비춰 스페인 선순위 채권자들에 손실을 부담하도록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아일랜드와 스페인은 금융권에 구제자금이 직접 투입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유로존 정상들은 지난달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정부를 통하지 않고 직접 스페인 금융권에 구제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WSJ는 이렇게 되면 민간 투자자들에게 부담을 안길 명분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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