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김승연 회장이 16일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법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받아 법정구속되면서 한화그룹의 글로벌 인수·합병(M&A) 사업이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내심 김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최근 정치권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경제민주화의 첫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고 적잖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총수가 법정구속되는 '사태'를 맞아 한화그룹은 비상경영 체제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간 진행됐던 글로벌 M&A에 상당한 차질이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현재 대한생명을 앞세워 ING생명 동남아법인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사실상 무산될 것이란 관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대한생명은 지난달 본입찰에 AIA생명과 함께 뛰어들어 경쟁을 벌여왔다.

현재 중단된 상태이지만 보고펀드와의 동양생명 인수 협상도 더는 진척시키기 어렵게 됐다.

총수가 구속된 상태에서 대규모 신규 사업을 벌이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동양생명과 ING생명 동남아법인 인수를 통해 국내 2위의 생명보험사로 도약하고, 동남아지역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던 대한생명의 희망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회장의 최대 치적으로 손꼽히는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의 차질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는 수주 규모만 9조4천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김 회장이 의욕적으로 진두지휘를 해 왔다.

독일의 태양전지ㆍ모듈업체인 큐셀 인수를 추진 중인 한화케미칼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큐셀 인수안을 결의했지만, 막판 협상을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이 태양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어 전반적인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태양광 사업에 대한 의욕이 강한 만큼 김동관 실장이 실무를 챙기고 김 회장이 옥중에서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ING생명 인수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은 어느 정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과거 대형 M&A의 경우 김 회장이 직접 주도하고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법까지 신경써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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