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롯데그룹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후폭풍과 소비절벽에 적자가 급증한 중국 자회사에 긴급 자금수혈에 나섰다.

금융시장에서는 롯데쇼핑의 중국사업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자금이 향후 실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2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이사회를 통해서 원활한 중국 사업 진행을 위해 해외 계열회사인 롯데쇼핑홀딩스 홍콩법인에 올해 5월 1억9천200만달러(약 2천300억원)를 출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롯데마트 상하이(上海) 화둥(華東)법인인 '강소낙천마특상업유한공사'에 차입 등을 위한 예금담보로 이달 중으로 7억9천200만위안(약 1천580억원)를 제공하기로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점포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어 상품 매입대금 지급 등 운전자금을 확충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돌발변수로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롯데그룹에 따르면 소방시설 점검 등을 통해 중국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거나 자체적으로 휴점을 결정한 중국 내 롯데마트 지점은 모두 9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전체 중국 점포 수(99개) 가운데 9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영업정지 중인 점포가 모두 한 달가량 영업하지 못한다면 롯데마트의 매출 손실규모가 약 1천2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한 감정에 따른 추가적인 피해를 고려한다면 향후 매출 피해액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롯데마트는 중국 법인장을 모두 중국인으로 바꾸고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사드 사태 이후 롯데마트 한국 본사는 직원관리, 고객대응, 상품·홍보전략 등 모든 업무의 권한을 중국인 현지 법인장들에게 부여했다. 중국 법인장들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현지 상황에 따라 담당지역 점포들의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일부 중국 롯데마트 점포는 영업중단 후에도 '중국 친화적' 메시지를 담은 안내문을 붙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이번 사태로 현지 롯데마트 직원들의 동요가 큰 만큼 내부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이른 시일 내에 사태가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중국사업에 대한 지속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적자 사업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롯데마트 추가 투자로 점포 폐쇄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도 소멸하고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은 지배구조 개선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중국마트에 시장의 기대와 달리 다시 큰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한점은 아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신용 평가 업체들도 사실상 마비상태에 있는 중국 롯데마트의 중국 현지사업에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롯데쇼핑과 관련된 보고서에서 투자규모 조절과 자산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관리를 적기에 이루지 못할 경우 신용도 하향압력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관련된 경영환경에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면 실적 악화에 따른 자금지원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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