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금융 당국이 지난 2014년 말 개인투자자의 파생상품 투자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만든 이후 오히려 선물·옵션 대여계좌가 성행하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7일 연합인포맥스 오전 8시51분 송고 <'편법'조장하는 증권사들…위험 큰 선물옵션 대여계좌 '우후죽순'> 제하 기사 참조)

대여계좌에는 증권·선물사와 연계해 실제 주문이 들어가는 실계좌와 파생상품 시세를 홈트레이딩서비스(HTS)처럼 보이는 프로그램에 띄우지만 사실은 숫자 맞추기에 불과한 불법 대여계좌가 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점점 최소 투자금이 낮은 불법 계좌로 눈을 돌려 피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쉽게 불법 대여계좌를 접하게 되는 경로는 인터넷 방송,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다.

불법 대여계좌는 업체가 임의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만들어 운영된다. 파생상품 시세는 실제 시장과 동일하게 움직이되 투자자들은 업체에 증거금을 납입하고 이 시세에 베팅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거래소로 주문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숫자 맞추기 게임에 불과하다. 일종의 '사설 토토'와 같은 방식이다.

이 점에서 합법적 '실계좌'와는 다르다. 실계좌는 대여계좌긴 하지만 증권사나 선물사와 직접 연동돼 실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법이다.

불법 업체들은 투자자가 큰돈을 따게 되면 갑자기 이 투자자가 더이상 접속하지 못하도록 로그인을 막는 방식으로 잠적해 버린다. 이 때문에 '대여계좌 먹튀'에 관한 원성의 글이 인터넷 선물·옵션거래 게시판에는 종종 올라오고는 한다.

특히 이들 업체는 KB퓨처스, 현대에셋, 한화에셋 등의 상호를 사용하며 제도권 금융기관과 유사한 이름을 따온다. 이에 투자자들은 불법 업체가 이들의 계열사인 줄 알고 현혹되기도 한다.

또 홈페이지를 운영해 믿을만한 업체라는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수수료 또한 미화 6달러 미만으로 지나치게 저렴하다.

A 증권사 관계자는 "불법 대여계좌를 사용하는 투자자들은 모르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법인지 알더라도 자신들도 도박성 투자를 한 줄 알기 때문에 고소를 하지 못한다"며 "이를 노리고 불법 업체들은 이런 업체가 제대로 사업자 신고도 되지 앉아 있어 금융감독원 등에서 잡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투자자들이 사행적인 불법 대여계좌를 찾는 가장 큰 이유로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진입 규제가 높아졌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 2014년 12월부터 적격개인투자자제도가 도입되면서 개인이 파생상품 거래를 하려면 사전 교육 30시간과 모의 거래 50시간을 부과한 바 있다. 기본 예탁금과 옵션 승수 인상 또한 진입을 어렵게 만든 요인들이다. 또 옵션거래는 증거금이 5천만원이나 필요하고 1년간 선물을 거래한 경험도 요구된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27일부터 코스피200 선물·옵션의 거래 승수를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낮추고 의무 교육 시간도 줄였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B 증권사 관계자는 "파생상품 진입장벽을 높인 이후에 국내 계좌에서 실적은 거의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며 "신규 고객도 아예 들어오지 못해 투자자들이 오히려 불법 대여계좌로 넘어가는 일이 부지기수다"고 귀띔했다.

kl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