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한국거래소가 국내 파생상품 시장을 살리기 위해 선물ㆍ옵션거래 승수를 절반가량 낮췄지만 거래량은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파생상품 거래 시스템 변경으로 거래 로직 등을 바꾸지 못한 큰 손 해외 기관들이 거래를 줄여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코스피 200 선물ㆍ옵션과 미니 코스피200 선물ㆍ옵션, 코스피200 변동성지수 선물의 승수를 내렸지만 코스피200 선물의 거래량은 되레 줄었다.

지난 3월 선물ㆍ옵션 만기일 이후 코스피200지수 선물은 승수 인하 전 거래일인 24일까지 일 평균 8만9천741계약 거래됐다.

지난달 27일부터 선물ㆍ옵션거래 승수가 기존의 절반인 25만원으로 줄었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악화됐다. 27일 이후 지난 31일까지 거래량은 일평균 12만2천계약을 나타내는 데에 그쳤다. 승수가 2분의 1이 됐기 때문에 기존 승수 기준으로 하면 거래량은 6만2천여 계약밖에 되지 않았던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코스피200 미니선물에서도 나타났다.

코스피 200 미니선물의 승수도 기존의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내렸으나 평균 거래량은 1만2천계약 정도 쪼그라들었다.

3월 만기일 이후 승수 인하 전 거래일까지 일평균 3만8천600계약 거래됐던 미니선물은 27일 이후 평균 4만8천계약 체결됐다. 승수가 인하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량은 준 것이다.

거래량이 아예 줄어든 이유로는 해외 고빈도매매(HFT) 기관 투자자들이 거래를 일시적으로 멈췄다는 점이 지목됐다.

HTF 거래를 하려면 1초 안에도 몇 번씩 주문을 내야 하며 일정 매매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승수가 내려가 주문 수량과 금액을 계산하는 산식을 바꿔야 하는데 새 시스템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HFT 매매가 줄었단 얘기다.

A 증권사 파생 담당자는 "HFT를 했던 기관투자자들이 로직을 바꿔야 하는 상황인데 여기서 시간이 걸려 매매를 하지 못하게 됐다"며 "이미 진입한 플레이어들은 굳이 주문을 늘릴 필요가 없는 데다 신규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아 거래량이 오히려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전문 기관 투자자들은 시스템 문제로 거래를 늘리기 어려운 가운데 개인투자자의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추가로 거래가 발생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B 증권사 선물ㆍ옵션 담당자는 "기본 예탁금이 여전히 3천만~5천만원에 이르러 개인투자자들은 새로 들어오지 못하고, 기존 개인 고객들은 자신이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자본을 활용하고 있어서 따로 거래를 늘리지는 않는 것"이라며 "소액 투자자에게는 무의미한 제도 변화다"고 지적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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