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한국도이치증권이 장외파생 상품 매매 업무를 포기하면서 감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3년간 국내에 들어온 외국계 금융투자회사가 감자를 시행한 것은 대부분 영업을 줄이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도이치증권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이치증권은 지난 7일 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하고 자본 감소의 건을 승인하기로 했다. 현재 도이치증권의 자본금은 506억원이다.

이번 감자 결정은 지난해 말 장외파생 투자매매업 사업권을 반납한 데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파생 투자매매업은 주가연계증권(ELS)과 주식워런트증권(ELW)을 발행하는 업무다.

주권 기초 상품의 경우 최소 필요 자기자본이 450억원이기 때문에 도이치증권의 경우 약 50억원가량 자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실질적인 감자 승인은 금융위원회에 보고가 된 이후 이뤄지게 된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가 감자를 실시하는 일은 2년여만이다.

지난 2015년 맥쿼리증권이 장외파생상품과 주권기초 장내파생상품의 투자매매업 폐지로 총 300억원에 이르는 주식 600만주를, 같은 해 12월 맥쿼리투자신탁운용이 126억원가량 결손금 보전 목적으로 감자를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도이치증권이 경영난에 하나둘 사업 정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업을 축소한 가운데 실적도 반 토막이 났다.

도이치증권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 66억원에서 2016년 32억원으로 급감했다. 당기순이익도 38억원에서 28억원으로 10억원 가량 줄었다.

이마저도 대부분 매년 배당금 형태로 본사에 송금하기 때문에 실제로 서울법인이 거머쥐는 돈은 거의 없다.

실제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28억원 중 26억원 가량이 본사로 배당된 바 있다.

또 연초 도이치증권이 삼성전자 우선주에 2조3천억원 규모의 매매 주문 실수를 해 1억2천만원 규모의 거래소 제재금을 받게 된 점 등도 사내 분위기를 악화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도이치증권이 기업금융(IB)부문에서는 아직 건재하지만 지난해에도 인수 중개 수수료 등이 줄었다"며 "이미 업계에서는 도이치증권이 차근차근 사업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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