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지난해 주요 증권사 베트남 법인의 실적이 나란히 악화했다. 업계에서는 베트남 증권업이 이미 포화인 상황에서 실적을 개선할만한 사업모델이 부재한 점이 문제라고 거듭 지적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금융지주 베트남 법인의 순이익은 직전 연도와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신한금융투자 베트남 법인의 적자 폭은 세 배 넘게 확대됐고, NH투자증권의 베트남 법인은 적자 전환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앞다퉈 베트남 비즈니스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베트남은 증권사들의 해외 사업 성패를 좌우할만한 치열한 격전지로 떠올랐다.

베트남에서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래에셋대우만이 성장세를 보여 순이익이 400% 이상 늘어났다. 또한, 영업수익도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연초부터 증권사들은 베트남 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했다.

삼성증권은 베트남 호치민시티증권과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고 주식 투자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베트남 주식 온라인 중개 서비스도 시작해 선발 주자인 신한금융투자와 대립각을 형성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2월 베트남 현지법인인 KIS 베트남 하노이지점에서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베트남 투자를 위한 리서치센터의 분석 보고서도 각 증권사에서 경쟁적으로 발간되고 있다.

또한, 아직 진출하지 않은 일부 증권사도 현지에 실사 인력을 파견해 신규 진출 가능성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이 국내외 증권사들의 새로운 전쟁터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회사별로 차별화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베트남 진출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영업에 의존하고 있어 빠른 실적 개선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의 뚜렷한 사업모델이 없다"며 "주식담보대출을 주력 상품으로 하며 브로커리지 영업에 의존하고 있어 시장 점유율을 늘려 실적을 개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주식담보대출은 반대매매를 통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도 주식을 반납해버리면 이용자의 부채로 남지 않고 증권사의 손실이 된다. 또한, 증시 유동성이 낮아 반대매매도 쉽지 않아 지난해 일부 증권사에서도 주식담보대출로 인한 손실이 발생했다.

다른 관계자는 "베트남은 금융시스템이 아직은 후진적이라고 볼 수 있으며 기업금융(IB)이나 채권 중개 등의 비즈니스는 규모가 너무 작은 상황"이라며 "베트남에서 여러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대하려면 증자가 필요한 상황이나 모회사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라고 전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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