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이 대주주만 내던 주식 양도차익 세금을 소액주주도 납부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증권가가 긴장하고 있다.

증권가는 주식 양도세로 거래량이 줄고 주가지수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려면 거래세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올해 초 출간한 자신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현재 (소액주주의)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고 있는데, 일종의 자본소득인만큼 일정 금액 이상은 반드시 과세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과세 저항이 크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적 기준보다 우리 소득세 기준이 너무 낮으며 고소득자가 납세를 많이 하는 건 노블레스 오블리주다"고 답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주식 양도차익 등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는 오랜 논쟁거리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천만원이 넘는 상장주식 양도차익은 소액주주도 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한 바 있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이런 내용을 담아 소득세법을 개정하려 했지만 구체적인 과세 방식과 도입 시기 등에 대해 증권업계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미뤄놓았다.

증권업계는 소액주주들에게도 주식 양도세를 물릴 경우 거래가 줄고 주가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대만은 1989년 1월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겠다고 발표한 후 두 달간 주가가 36% 이상 하락했다.

이후 증권거래 세율인하, 면세대상 확대, 1988년 말까지 취득한 주식비과세 조치로 주가는 일시적으로 회복했다. 그러나 종합소득세 신고시 양도손실만 신고되는 등 집행상의 또 다른 어려움으로 인해 결국 시행이 보류됐다.

증권시장의 '큰손'인 외국인과 법인, 개인 중 상당수는 이미 주식 양도세 대상이라 소액 주주들에게 과세해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박종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양도차익 과세는 자본소득 과세 중에서도 기업의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려면 증권거래세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상장주식을 매매할 때는 매도대금의 0.3%를 증권거래세로 물리고 있으나, 미국과 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은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고 중국과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우리보다 세율이 낮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지난해 말 정부에 전달한 '금융산업 제도 애로 사항'을 통해 20년 이상 유지해온 증권거래세를 세율만이라도 인하해 달라고 건의했다.

다만 거래세 폐지는 매년 4조원 이상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세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라 정부가 포기하기 쉽지 않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주식 거래로 돈을 잃는 경우가 허다한데 세금까지 이중으로 내는 것은 중과세다"며 "소액주주에 대한 주식 양도세 부과가 10년 넘게 논의만 되고 추진되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는만큼 중장기적인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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