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올해 연초부터 상장사들의 '탈(脫) 코스닥'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자진 상장폐지는 물론 상장지수펀드(ETF)도 코스닥을 떠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코스닥의 부활을 위해 외국인 수급이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 중국 기업인 웨이포트는 자진 상장폐지 의사를 밝히며 지난 21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했고 전일 대금 결제를 진행했다. 웨이포트는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용보다 지불해야 할 비용이 더 많다고 판단했다.

중국계 상장사들에 대한 투자 위험이 부각되며 '차이나 디스카운트'가 심화하며 주가도 부진했다. 웨이포트의 주가는 자진 상장폐지를 발표한 3월 29일 전까지는 공모가 1천400원을 의미 있게 넘어서지 못했다.

모아텍도 오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상장폐지 신청을 결의한다. 이후 내달 2일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 회사도 "주식의 상장을 유지할 실익이 없다"는 판단하에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인 카카오도 최근 코스피 이전 상장 의향이 있음을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코스피로 이전할 경우 코스피 200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 외국인과 기관 수급 개선은 물론 신뢰도가 제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에는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선 기업이 아트라스BX 한 곳이었다. 동서와 한국토지신탁은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며 코스닥을 떠났다.

코스닥에 대한 쪼그라든 투자 심리를 반영하듯 일부 ETF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KINDEX 코스닥 150 ETF와 KINDEX 코스닥 150 레버리지 ETF를 이날 상장 폐지한다. ETF 설정 후 1년이 지난 후 한 달간 원본액이 50억원 미만에 머물렀고, 이에 따른 해지 가능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장사들의 연이은 코스닥 엑소더스에 한국거래소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카카오를 비롯해 우량기업의 줄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탈 코스닥'의 이유를 외국인 수급 부진에서 찾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2014년 이후 10%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코스닥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나스닥을 표방하며 개설됐지만, 기술주 중심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하게 한 나스닥과는 달리 기업과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코스닥을 코스피의 아류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코스닥을 바스켓으로 담는 외국인은 없다"며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고 우량기업을 유치해 코스닥만의 투자 수요를 창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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