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방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는 어음 발행을 통해 손쉽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는 점이 골자입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재 중개업 역할에 머문 우리나라 증권사들이 기업금융과 글로벌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도 잇따라 자기자본을 늘리며 초대형 IB 시대를 준비해왔습니다. 그러나 어음 발행이라는 강력한 자금조달 수단을 갖게 된 증권사가 기업금융과 글로벌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연합인포맥스는 이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IB 부문 대표를 만나 초대형 IB 시대의 새로운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부사장)는 27일 "차이니즈월(정보교류 차단 규제) 때문에 IB 업무가 활성화될수록 PI(자기자본투자) 업무에서 손해를 본다"며 "현재와 같은 사전적인 규제로는 국내 자본시장이 발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증권사가 해외 대형 IB와 경쟁하려면 규제를 글로벌 수준으로 완화해 규제 차익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대체투자 자산 인수를 늘려 글로벌 IB로 외연을 넓히겠다"며 "다양한 분야의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증권사라는 장점을 살리겠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차이니즈월 때문에 IB 본부가 일을 많이 할수록 증권사가 IB로서는 오히려 망가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IB 사업부가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회사의 주식을 트레이딩 사업부가 못 사고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못 내는 식"이라며 "우리투자증권 시절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자문을 맡았을 때는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가 하이닉스를 커버할 수 없게 되자 퇴사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차이니즈월에 따라 증권사는 인수·합병(M&A)의 중개·주선·대리·조언 업무를 했거나 주식자본시장(ECM) 주관, 채권발행시장(DCM) 주관, 지분 매각 및 취득의 중개·주선·대리·조언 업무 등을 한 경우 해당 종목을 거래제한 목록에 포함해야 한다.

정 대표는 "지금처럼 사전적으로 아예 거래를 못하게 규제할 게 아니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처럼 사후적으로 살핀 후 정보를 교류한 사실이 적발되면 과징금을 엄청나게 물리는 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국내 IB가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초대형 IB 전략에 대해 "NH투자증권은 커버리지(Coverage)와 DCM, ECM, 어드바이저리(자문), 자산유동화 등 다양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골고루 선두권에 있다"며 "모든 분야에서 고객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증권사라는 장점을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는 신용평가사 출신 직원들로 IB 크레디트 지원부서를 신설했다"며 "북(book) 사이즈와 플랫폼이 늘고 구조화되면서 크레디트 이슈가 필연적으로 따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국내 비즈니스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해외 대체투자와 인프라투자 인력을 보강하고 해외 대체투자 자산 인수를 확대해 글로벌 IB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미국 뉴욕 크리켓밸리에너지센터(CVEC) 가스복합화력발전사업에 농협중앙회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억달러를 투자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진행한 뉴왁발전소 투자를 기점으로 해외 발전소 투자를 시작했고 이번 투자로 미국 시장에 NH투자증권을 알리게 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단기어음 발행에 따른 증권사 평균 마진은 200bp 정도일 것이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단기어음 발행 금리를 발행만기에 따라 1.20~1.60%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평균 마진이 200bp면 단기어음 연평잔을 1조원으로 가정할 때 증권사 수익은 200억원정도 늘게 된다.

단기어음 만기 미스매칭을 막기 위해서는 만기를 분산하고, 국공채와 수시입출상품과 같이 유동성이 확보된 상품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할 방침이다. 또 기업금융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운용으로 자산의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다만 "금융지주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은 증권사로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를, 지주 계열사로서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모두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 대표는 "경제가 성숙 국면에 들어서면 재무 구조조정이 필연적이다"며 "그 역할을 하는 게 IB라 IB 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 대표는 1963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대우증권에 입사해 IB부장과 IB 담당 상무 등을 거쳤다. 2005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에 임명된 후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증권에 인수돼 NH투자증권으로 통합된 현재까지 12년째 IB사업부 대표직을 맡고 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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