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외국인이 나흘 연속으로 국채선물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다음달 초 미국과 유럽, 한국으로 이어지는 통화정책 회의에 대한 외국인의 투기적 선물 베팅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진단했다. 국채선물 9월물이 2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한 데 따른 기술적 매매가 진행 중이란 분석도 있다.

31일 오전 11시39분 현재 외국인은 국채선물 5천900계약을 순매수했다. 이들은 전일에도 9천200계약을 사들이는 등 나흘 연속으로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순매수 계약수는 2만4천계약에 이른다. 외국인이 나흘 연속으로 국채선물을 순매수하는 것은 이달 들어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국인 매수는 방향성에 베팅하는 투기 거래 쪽에 무게가 실린다. 국채선물 저평이 장중 제로(0) 수준으로 축소된 상황에서도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A증권사 딜러는 "선물 저평은 보통 4~5틱 수준은 유지되는 데 오늘 장중 제로 수준까지 근접했다"며 "선물을 살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외국인이 강하게 사는 것을 보면 방향성만 보고 베팅하는 전형적인 투기 거래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이 지난달 이후 매수 포지션을 꾸준하게 줄여 놓은 상태여서 매수 여력은 많은 상황으로 풀이된다.

염상훈 SK증권 채권연구원은 "국채선물시장의 외국인은 지난달 이후로 쉴 만큼 쉬었다"며 "과거 10만계약을 웃돌던 누적 매수포지션이 최근 3만~4만계약 수준으로 줄어든 만큼 추세적으로 포지션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갑작스런 매수 전환에 대해선 전문가들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로 다음달 예정된 우리나라와 주요 선진국들의 통화 완화적 조치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외국인은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선물을 팔다가 이달 중순부터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매수를 늘리기 시작해 다음달 초 미국과 유럽, 우리나라 등 통화정책이 몰려 있는 상황에 대해 베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단순한 기술적 매매라는 평가도 있다. 국채선물이 2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하면 사고, 내려가면 파는 기존의 매매 패턴이 이번에도 재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채선물 9월물은 지난 21일 20일 이평선을 상향 돌파했다.

B증권사 딜러는 "국채선물시장의 외국인은 기술적 지표를 활용한 매매가 많은 편이다"며 "9월물이 20일선에 안착하는 모습이 나오면서 사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혁수 팀장은 "금리가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일 때는 외국인의 20일 이평선 매매에 큰 움직임이 없지만, 횡보할 때는 20일선에 의미를 두고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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