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불확실성 속에서 내렸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31일 오후 4시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0.73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휴장 가격인 110.74엔보다 0.01엔(0.00%) 낮아졌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233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190달러보다 0.0043달러(0.38%) 올랐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4.40엔에 거래돼 전장 가격인 123.91엔보다 0.49엔(0.39%) 상승했다.

달러화는 이날 오후 2시에 발표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 평가보고서인 베이지북 발표를 앞두고 물가 약세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치 불확실성 우려로 엔화에 하락했다.

전일 달러화는 소비지출 호조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반등이 예상됨에도 엔화와 유로화에 모두 내렸다.

템퍼스의 존 도일 디렉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할 때마다 엔화는 위험에 대한 베팅으로 사용된다"며 "오늘 움직임은 단지 위험에 대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0시6분 "계속되는 부정적 언론 코브피피(covfefe)에도 "(Despite the constant negative press covfefe)라는 수수께끼 같은 글을 올렸다. '코브피피(covfefe)'는 영어사전에 등장하지 않는 단어로, 미국 보도채널 CNN방송은 '보도'를 뜻하는 'coverage'의 오타로 추정했다.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 위협까지 받는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언론의 관련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CNN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의혹과 트럼프 캠프와의 내통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다가 해임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이 이르면 다음 주 초 의회에서 공개증언을 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로버트 카플란 총재는 최근 물가 부진이 금리 전망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카플란 총재는 뉴욕의 외교협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물가는 느리게 상승하고 고르지 않다면서 "물가 전망에서 추세가 악화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카플란은 최근 물가 부진은 "특이한" 이유와 연관이 있다며 가장 최근에 나온 물가 지표는 추세에서 역행했으나 앞으로 느리지만, 점진적으로 올라 연준 목표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전일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가 물가 압력이 약해지면 올해 후반 금리 인상에 반대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대비된다.

이날 경제지표는 혼조세를 보였다.

지난 4월 펜딩(에스크로 오픈) 주택판매는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과 재고 부족 탓에 두달째 감소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4월 펜딩 주택판매지수가 전월 대비 1.3% 하락한 109.8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조사치는 0.5% 상승이었다. 전월에도 0.8% 감소였다.

4월 펜딩 주택판매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첫 반락이며 2014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 하락이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주택재고가 곧 해소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구매 희망자들은 이번 봄에 주택재고가 일 년 전보다 9% 감소하고, 주택가격 상승이 소득 증가보다 더 빠른 것에서 이중고를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펜딩 주택판매 결과는 한 달 혹은 두 달 안에 기존 주택판매 결과에 반영된다.

반면 5월 미국 중서부 지방의 제조업 활동이 2년여래 최고치로 올라섰다.

공급관리협회(ISM)-시카고에 따르면 5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 58.3에서 59.4로 올랐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가장 높다.

WSJ의 집계치는 56.5였다. 지수는 5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MNI인디케이터스의 샤일리 미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지수 상승은 기업 환경이 더 개선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시카고 PMI는 ISM 제조업 PMI 지표 공개 전에 발표되는 마지막 지역 PMI이며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일감에 영향을 많이 받아 변동성이 크다.

유로화는 물가 지표 약세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 강도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달러화에 상승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 4월 실업률이 9.3%로 집계됐다고 유럽연합(EU) 통계당국인 유로스타트가 발표했다.

유로존의 실업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하면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9.4%도 밑돌았다.

또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예비치가 전년대비 1.4% 상승에 그쳤다.

전년대비 CPI 상승률은 4월에 비해 0.5%포인트 급락하면서 올해 들어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

파운드화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과반의석 확보가 어렵다는 총선 예측결과가 나오면서 6주래 최저치인 1.27달러 수준으로 밀렸다가 보수당이 큰 폭으로 앞서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후 한때 1.29달러로 반등하기도 했다.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전장보다 0.21% 오른 1.28858달러에서 거래됐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는 6월8일 조기총선 때 보수당이 310석을 얻는다는 중간 예측치를 내놨다.

이는 현재 보수당 의석 330석보다 무려 20석이 줄어든 규모다. 650석인 하원에서 과반의석(326석)을 잃게 된다는 예측치다.

반면 노동당은 현재 의석(229석)보다 많은 257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삭소뱅크의 존 하디는 오는 6월8일 총선을 앞두고 파운드화가 1.2775~1.2800달러를 깨면 1.26달러 근처 200일 이동평균선을 향해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디는 영국의 여론조사가 전통적으로 보수당의 지지율을 과소평가하는 데다 유고브의 방법론에 의문이 있다면서도 이번 발표는 앞선 전망치에 비해서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결렬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하락과 베이지북 발표 속에 엔화에 게걸음 장세를 보였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상승세를 지속했다. 파운드화도 달러화에 횡보했다.

연준은 베이지북을 통해 "주요 지역 기업들은 단기적인 전망을 긍정적으로 했지만, 일부 지역에서 낙관론은 다소 약화했다"고 말했다.

연준은 또 대부분 지역에서 물가 상승률은 보통의 상승세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다음달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물가 상승세 둔화가 중앙은행 정책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지만, 시장의 의견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픽텟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 상승률 부진이 ECB의 QE 축소(테이퍼링) 발표를 늦추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픽텟의 프레데릭 듀크로젯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테이퍼링 발표를 10월까지 기다리는 것을 원할 수 있다며 ECB는 QE 축소를 결정하기 전에 근원 물가의 상향세를 더 확신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실업률의 하락으로 "ECB가 경제 회복이 지속하고 근원 물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점점 더 느끼게 될 것"이라며 "다음주 선제안내에서 금리 인하와 QE 확대에 대한 언급을 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워드 매카시 수석 금융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물가 상승이 둔화했고 앞으로도 당분간 이 추세가 지속하지만, 올해 하반기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카시 이코노미스트는 31일 지난 1년 반 동안 인상적인 물가 상승세가 끝난 것으로 보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앞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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