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대신증권이 2년 만에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수요예측에서 목표 규모의 네 배에 가까운 자금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업계 재편에 따른 포지셔닝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오는 27일 1천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수요예측을 통해 기관의 투자 수요를 확인했고, 21일 발행조건을 확정해 당초 계획한 1천억원보다 발행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대신증권은 수요예측 상황에 따라 발행 규모를 조정하기 위해 최대 2천억원 한도 내에서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었다. 희망금리는 3년물과 5년물 모두 개별 민평금리에 -15bp~+20bp(1bp=0.01%))를 가산해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 당초 목표자금의 4배에 가까운 금액이 몰렸다. 대신증권은 트랜치를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각각 700억 원, 300억 원씩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요예측에서 3년물에는 3천100억원이 5년물에는 700억원이 모였다.

증권사의 회사채 발행은 많지 않다. 올해에는 대신증권이 유일하게 발행에 나섰다. 업황의 변동성이 높고 다른 회사채와 비교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지 않다. 그러나 오랜만에 나선 회사채 발행에서 높은 투자 수요를 확인하며 한숨을 돌렸다.

그럼에도 대신증권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현재 업계가 공유하고 있는 고민이 담겼다. 대형 증권사 간의 인수·합병(M&A)으로 대형사의 시장집중도가 높아질 수 있고, 시장 내 경쟁 지위가 변화하며 상위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의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 출범을 앞두고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며,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업계가 분화되는 상황에서 이도 저도 아닌 중소형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대적으로 열세에 있는 자본력도 고민거리다. 대신증권은 "레버리지 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부채성 상품의 발행과 판매를 조절할 수 있어 영업력과 수익성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의 경우 이러한 압력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초대형 IB로 도약하는 대형사들은 투자 여력이 확대되며 자기자본투자(PI)는 물론, 해외사업 등 영업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소외된 중소형사들은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자금 여력이 필요한 파생상품 운용이나 M&A 중개 등에서 열위에 놓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른 관계자는 ""60개가 넘는 증권사 중 초대형 IB는 소수에 불과하다"며 "중소형사들은 차별화된 상품과 전략 등을 통해 향후 다가올 변화에 대응할 생존전략을 재편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증권사들의 수익이 개선됐으나 업계 재편 이외에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등이 채권 평가손실로 이어져 수익성 저해 요인이 될 수 있고, 외국인 자금 이탈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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