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정부가 국내와 해외에서 투자하는 파생상품의 손익을 합산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세제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외 파생상품의 손익을 상계하기로 했으나 탄력세율을 내린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세율을 2배로 확대하는 거라 투자자들의 실제 납세액은 별 차이가 없을 거란 이유에서다.

기획재정부가 2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국내와 해외 파생상품 손익을 합산해 전체적으로 이익이 난 경우에 과세할 예정이다. 이번에 개편된 세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지금까지는 국내와 해외를 구분해 파생상품 손익의 세금을 계산했다. 이에 실질과세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합인포맥스가 2017년 6월 13일에 송고한 ''벌지도 않은 돈에 세금'…유렉스 야간 파생 투자자 분통' 제하 기사 참고)

과거에는 해외에서 500만원이 손실이 났더라도 국내에서 1천만원의 수익을 내면 1천만원에 25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수익을 과표로 잡아 75만원이 과세됐다.

내년부터는 국내와 해외에서 낸 수익을 합산해 500만원을 양도소득 금액으로 인정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스피 200옵션과 유렉스(EUREX)에 상장된 코스피200옵션 선물의 손익을 합산할 수 있게 됐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세금이 매겨지는 문제가 해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과표 기준 변경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해외 파생상품 수요는 대부분 국내와 병행하며 운용하는 헤지(hedge) 투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자는 "국내외 파생상품 상계는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진작 했어야 하는 제도다"며 "투자자들이 헤지 목적으로 해외 파생상품을 같이 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다만, 탄력세율이 다시 10%로 올라가 투자자들의 납세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 파생상품을 거래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별다른 수익 없이 세금만 더 낼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016년부터 파생상품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으로 탄력세율을 10%에서 5%로 낮춘 바 있다. 1년 만에 세율을 번복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식과의 과세 형평과 자본소득의 과세 정상화를 위해 조정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B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자는 "주식의 경우 20%의 양도세율은 대주주에만 해당된다"며 "파생상품은 모든 투자자에게 탄력세율을 높여 적용한다는 점에서 그다지 형평성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C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탄력세율을 변경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시점에서 하나를 해결해주는 대신 세율을 높인다는 점에서 파생상품 시장이 어떻게 비치는 알 수 있다"며 "시장도 점점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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