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본사 펀드의 판매기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외국계는 국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기보다 해외 수익증권(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물 직접 투자가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 운용보다는 세일즈에 주력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포트폴리오 전체 설정 원본액 중 90% 이상이 해외에 투자된 운용사는 블랙록자산운용, 슈로더투자신탁운용, 얼라이언스번스타인자산운용,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 등 다수였다.

전체 13개 외국계 운용사의 해외자산 편입비중은 7월 말 기준 51%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7%포인트가량 해외자산의 비중이 늘어났다. 특히 수익증권의 해외투자자산 편입 비율은 거의 100%에 수렴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많은 외국계 운용사들이 본사 상품의 단순 판매 차원에서 한국 법인을 유지하고 있어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 등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운용사들이 운용 조직을 철수하고 본사 펀드를 국내 시장에서 판매하는 형태만 가져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미 피델리티자산운용은 운용 조직을 철수하는 와중에 세일즈 부문만 국내에 남겨뒀다.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도 삼성자산운용에 영업권과 운용자산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JP모건의 국내 주식 운용 철수 가능성도 심심찮게 언급되고 있다.

외국계 운용사들이 국내 자산 투자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각종 규제와 운용사 간 경쟁 등으로 인해 한국에서 펀드를 운용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는 점과 한국시장 자체의 투자 매력이 외국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 등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운용사들은 재간접 펀드를 통해 손쉽게 국내 시장에서 영업을 하고 있고 일부 펀드 중에는 해외 본사의 1개 펀드가 포트폴리오의 전부인 상품도 존재한다"며 "이런 탓에 굳이 경쟁력도 없고 수익성도 크지 않은 국내 펀드 운용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진단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본사 입장에서는 올해 해외펀드 비과세 종료 기한에 맞춰 다양한 펀드를 출시해야 하지만 소규모 펀드 등 규제로 한국시장에 대한 스탠스 자체가 부정적"이라며 "한국이 딱히 금융상품이 잘 팔리는 시장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국내 증시가 고공 행진했지만 미국 증시도 랠리를 보여 한국물 투자가 더 매력적이라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외국계는 물론 전체 자산운용사의 주식, 채권, 수익증권의 해외 투자 비중은 나란히 지난해 말보다 확대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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