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헤지펀드의 수탁 업무를 맡는 은행들이 설정액이 적은 펀드에 대해 수탁을 거부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신생 운용사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소규모 헤지펀드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상황이라 수탁사 입장에서 이 같은 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평가도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설정액이 1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소규모 헤지펀드의 수탁 업무를 일제히 거부해 신생 운용사들이 펀드 출시를 늦추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은행의 이 같은 결정은 소규모 헤지펀드의 수탁 업무를 해도 수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수탁 수수료는 대개 0.03~0.04%에서 결정된다. 헤지펀드 설정액이 100억원이라 해도 수수료 수익은 300만~400만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설정액이 수십억원대에 불과한 신생 운용사들의 펀드는 수탁 업무를 해줄 은행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한 신생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은행에서 설정액이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헤지펀드의 수탁 업무를 일제히 거부하면서 신생사들 중엔 아예 펀드 설정을 포기하고 자금부터 일단 모으고 있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며 "헤지펀드 중에 검증되지 않은 곳들도 수두룩하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헤지펀드는 지난해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작년 말까지 설정액 6조원 수준이던 헤지펀드 시장은 현재 12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질적 성장보다는 양적 성장이 빨랐다.

올해 3월 기준 헤지펀드 설정액은 7조5천억원, 펀드 개수는 299개 정도였다.

5개월도 지나지 않아 펀드 설정액은 60%가량 늘었다. 펀드 개수는 600개에 육박하며 100%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 과정에서 설정액이 수십억원에 그치는 소규모 펀드도 대량 양산됐다.

8월 현재 설정액이 1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펀드는 약 340여개에 이른다. 전체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대부분이 신생 운용사의 펀드들이다. 기존 종합운용사나 자문사 때부터 이름을 날린 타임폴리오나 라임자산운용 등의 상품은 대부분 100억원대 이상이다.

은행에 수탁을 맡기지 못한 운용사는 시중은행이 수탁 업무를 거부함에 따라 한국예탁결제원이 해당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대표는 "운용사와 펀드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은행의 관련 인력은 한정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며 "은행은 기존에 수탁 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서비스 질이 높으나 신생사들은 이런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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