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지수 선물 투자로 1천억원대의 거부로 올라 선 K 회장은 30일 "선물시장에서 투자자의 2%만 돈을 번다"며 "돈을 버는 2% 안에 들려면 전업 투자자로 종일 선물시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연합인포맥스와의 인터뷰에서 "직업을 따로 가진 채 용돈이나 생활비를 벌겠다고 선물투자를 하는 것은 시장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K 회장은 "처음에 돈을 벌면 자신이 잘하는 줄 알고 크게 걸었다가 크게 망한다"며 "'압구정동 미꾸라지'(윤강로 씨), '목포 세발낙지'(장기철 씨) 등 난다긴다하는 투자자들을 대부분 만나봤거나 소식을 듣고 지냈는데 선물투자로 돈을 많이 벌어서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을 항상 두려워하고 경외감을 갖고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목표 금액을 세워 놓으면 거기 얽매이기 때문에 돈을 절대 못 번다"며 "선물투자를 평생 가져갈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사랑해야 돈을 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식시장 전망에 대해 "유동성을 풀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며, 한국이고 미국이고 이제 상투를 친 것 같다"며 "정책 변수나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당분간은 하락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K 회장과의 일문일답.

--선물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일단 전업이어야 한다. 선물투자는 '제로섬'도 아닌 '마이너스 섬' 게임이다. 100명이 선물투자를 하면 97명은 돈을 잃고 1명은 번 돈과 낸 수수료가 비슷하고 2명만 돈을 번다. 전업이어야 2등 안에 든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서 생활비나 용돈을 벌겠다고 하면 반드시 잃는다. 회사 다니면서 선물투자로 돈을 벌겠다고 하는 것은, 회사 다니면서 다른 사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장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우리 표현으로는 돈을 다 잃고 시장을 떠나는 것을 '졸업한다'고 한다. 회사 다니면서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곧 졸업장을 받을 것이다.

선물투자 계좌 보증금이 3천만원이니 그것만 가지고 1년간 투자해 보라. 실력이 점점 늘면 소질이 있는 것이다.

나의 경우 주변에서 '독사'라고 할 정도로 종일 선물시장만 봤다. 식견을 넓히고자 일주일에 소설책을 제외하고 3권씩 책을 읽었다. 기술적 지표나 뉴스에는 절대 의존하지 않는다. 기술적 지표와 뉴스는 남들이 다 보기 때문에 역이용하고자 볼 뿐이다.

모든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사실 하나도 안 중요한 것이다.

--가장 많이 벌 때와 많이 잃었을 때는.

▲하루에 90억원을 벌었을 때다. 손절매보다 차익 시현이 더 어렵다. 30억~40억원쯤 벌게 되면 빨리 털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다. 그래야 안 팔고 버틴다.

하루에 50억원씩 이틀 연속 잃었던 때가 가장 많이 잃은 때다. 그럴 때는 분해서 자리를 오래 비운다. 평정을 되찾을 때까지는 거래를 안 한다. 다시 분해질까봐 텔레비전도 보지 않는다. 혹시 주식 관련 뉴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열흘 내지 2주 정도 지나서 평정을 찾으면 사무실에 출근해 조금 주문해본 후 성공하면 조금씩 규모를 올려서 주문해본다.

위험관리를 중시하기 때문에 손해를 봐도 절대 미리 정해둔 이상 돈을 추가로 넣지 않는다. 그래서 손해를 보면 만회하기가 더 어렵기도 하다. 100억원을 가지고 150억원을 만드는 것보다 50억원을 다시 100억원으로 만드는 게 더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선물회사를 경영하다가 1987년 블랙먼데이 때 파산했는데, 그때 쉽게 망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도 1년에 두세 번은 망하는 꿈을 꾼다. 항상 시장이 두렵다.

-손절매와 차익 시현의 기준이 있나.

▲내 의지와 관계없이 돌아가는 장이라 항상 한 발을 빼고 있어야 한다. 보통 사람들은 100원에 샀는데 105원이 되면 팔고 5원어치 술을 먹는다. 100원에 샀는데 95원이 되면 더 산다.

나는 반대로 한다. 100원에 샀는데 95원이 되면 내가 잘못 예측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빨리 빠져나온다. 그리고 100원에 샀는데 105원이 되면 더 산다. 110원이 되면 더 많이 산다. 내가 예측한 방향이 옳았기 때문이다.

--선물·옵션 교육과 모의거래가 도움이 되는지.

▲이론과 실전은 전혀 다르다. 모의투자는 내 돈이 아니니까 막 지른다. 자기 돈 가지고 하면 절대 그렇게 못 한다.

교육도 도움이 안 된다. 선물·옵션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금융회사 직원들이거나 금융회사 출신이다. 이들은 이미 이론에는 해박하다.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선물·옵션 교육과 모의거래가 의무화된 후 투자자의 투자 성공률이 올라갔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한때 압구정동 미꾸라지나 목포 세발낙지와 같은 선물투자 고수들이 많았는데 자취를 감췄다.

▲처음에 잃으면 작게만 투자하거나 아예 손을 떼기 때문에 안 망한다. 처음에 따면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돈을 다 걸기 때문에 나중에 크게 망한다.

선물투자의 현역 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돈을 챙겨서 은퇴해야 비로소 고수인 것이다. 한창 투자할 때는 언제든 잃을 수 있어서 아무리 돈을 많이 벌었어도 고수라고 하면 안 된다.

나는 목표 금액이 없다. 목표 금액을 만들면 거기에 얽매여서 반드시 실패한다.

--증시를 전망한다면.

▲주식이 상투를 쳤을 때는 모든 사람이 주식 얘기를 한다. 이럴 땐 살 사람은 이미 다 샀기 때문에 이제 안 오른다고 보면 된다.

현재는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시장이 좋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황인 분야도 IT 등으로 한정돼 있다. 정책 변수나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장기적인 전망을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증시가 상투는 친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이 선물투자에 성공하나.

▲주식을 잘하는 사람이 꼭 선물이나 옵션도 잘 하지는 않는다. 내 경우 옵션 투자 수익은 변변치 않았고 주식은 2015~2016년에 투자해봤는데 수익이 수십억원에 그쳐 들인 시간과 노력 대비 효용이 낮았다. 그래서 현재는 선물, 그 중에서도 코스피200지수 선물에만 투자한다. 주식이 시속 50㎞라면 선물은 100㎞, 옵션은 150㎞라고 할 수 있다. 해보기 전에는 무엇을 더 잘할지 알 수 없다.

천재는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1957년생인데 이 나이가 되도록 선물 투자가 싫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57세에 은퇴를 선언했다가 선물 투자가 너무 그리워서 다시 돌아왔을 정도다. 선물 투자가 내 사업이고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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