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키움증권이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스와프(Swap) 독점계약을 맺고 개인 투자자로부터 받은 대여 주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빌려준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은 헤지펀드의 공매도 물량으로 사용된다.

'개미들의 성지'라 불릴 정도로 개인 투자자에 힘입어 성장한 키움증권이 그들의 뒤통수를 치는 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2014년 6월부터 주식 대여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홍콩에 있는 한 글로벌 IB와 스와프 독점계약을 맺고 이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이 IB는 다시 전 세계 각지의 헤지펀드에 키움증권에서 받은 대여 주식을 빌려주고 있다. 이들 헤지펀드는 이렇게 빌린 주식을 활용해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거래를 한다.

한 홍콩 소재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 대여 주식이 엄청나게 많아서 한 글로벌 IB가 독점으로 빌린 뒤 여러 헤지펀드가 이 IB에서 다시 빌려 가고 있다"며 "해당 IB의 프라임브로커리지(PBS)가 빌려주는 형식이라 키움증권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키움증권 이외에도 NH투자증권이나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개인 주식 브로커리지 비율이 높은 회사들은 대부분 1조원 이상의 대여 유가증권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키움증권의 대여유가증권 규모는 지난 하반기 8천4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조740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키움을 제외한 이들 증권사는 국내 프라임브로커(PBS) 시장에서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이 물량도 국내 기관의 공매도에 사용될 수 있으나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금액 차이는 일별로 보통 5~6배씩 차이 난다.

실제로 지난 3개월간 기관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주문을 한 규모는 일평균 830억원, 외국인은 2천916억원 수준이다. 그만큼 국내 증시에서 외국계 헤지펀드 공매도의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여기에 키움증권에서 신규 계좌를 만들 때 대여계좌 신청을 받도록 해놔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투자자는 계좌 개설과 함께 주식 대여를 동의할 공산이 크다.

투자자는 이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ID 등록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읽지 않을 경우 신청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체크 한 번만 하면 신청되는 방식인 데다 대여계좌에 생소한 주식 입문자의 경우 일정 수준의 수익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경우 연 0.1~5% 수준의 대여 수수료를 고객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대여 수수료는 종목마다 다르다.

다른 증권사 중 새로 계좌를 개설할 때 대여계좌 신청 페이지를 따로 두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같이 '개인→증권사→글로벌 IB→헤지펀드'로 이어지는 계약이 이뤄지는 이유는 개인 투자자는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증권사는 0.1~1% 정도의 중개 마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개 마진이 0.1%이고 증권사가 주식을 빌려 가는 기관에서 받는 수수료가 2.5%라면 개인 투자자에게는 2.4%의 수수료가 지급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키움증권 등의 이 같은 계약 방식이 장외파생상품표준계약(ISDA)이나 법규상 어긋나지는 않는다"며 "다만, 개인 투자자 힘으로 성장한 키움증권이 개인의 주식을 빌려서 공매도를 하는 글로벌 헤지펀드에 또 빌려줘 수익을 낸다는 점에서 도덕성 논란이 생길 여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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