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물가 부진에다 미국 정부의 전통적인 달러 강세 정책을 선전하지 않는 미 재무장관 발언 영향으로 내렸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31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9.94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0.37엔 대비 0.43엔(0.39%) 하락했다.

유로화는 달러에 유로당 1.1903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894달러보다 0.0009달러(0.07%) 상승했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0.89엔에 거래돼 전장 가격인 131.28엔보다 0.39엔(0.29%) 낮아졌다.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1.29312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29290달러보다 0.00022달러(0.01%) 강해졌다.

달러화는 경제지표 호조로 엔화에 상승했다가 달러 약세를 옹호한 미 재무장관 발언으로 반락했다.

전일 달러화는 지표 호조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예상으로 올랐다.

BK 자산운용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매니징 디렉터는 "달러화는 과매도 국면에서 회복되고 있다"며 "시장은 '숏 커버'를 더 하게 부추기는 미 지표만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슐로스버그는 "이날 나오는 경제지표들이 미 경제 기초여건의 개선 증거를 계속 보여준다면 달러 강세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계속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지난 26일로 끝난 주간의 미국 실업보험자수청구자 수가 늘었지만, 역대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고용 시장 호조세가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 수가 1천 명 증가한 23만6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치에 부합한다.

지난 19일로 끝난 주간의 실업보험청구자 수는 기존 23만4천 명이 23만5천 명으로 상향 조정됐다.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지난 1970년 이후 가장 긴 기간인 130주째 30만 명을 밑돌았다.

경제학자들은 허리케인 하비 영향 때문에 앞으로 실업보험청구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7월 미국의 소비지출이 높은 소득과 낮은 물가 덕분에 증가했다.

미 상무부는 7월 개인소비지출(PCE)이 전월대비 0.3%(계절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 이후 가장 큰 증가율이다. 하지만 이는 WSJ 조사치 0.4% 증가를 밑돈 것이다.

7월 개인소득은 전월비 0.4% 증가했다. 지난 2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경제학자들은 0.3% 증가를 전망했다.

6월 개인소득은 기존의 변화 없음이 수정되지 않았다.

6월 PCE 0.1% 증가는 0.2%로 상향 수정됐다.

미국 가계의 소비지출은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성장동력이다.

7월 저축률은 3.5%로 전월에서 0.1%포인트 내려, 미국인들이 저축을 줄여 소비를 늘린 것으로 풀이됐다. 이는 2008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2015년 말에는 6.3%에 달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PCE 가격지수는 7월에 전월대비 0.1%, 전년 대비로는 1.4% 상승했다. 지난 2월에는 전년비 2.2%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7월에 전월비 0.1% 올랐다. WSJ 조사치는 전월비 0.1% 상승이었다.

7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비 1.4% 상승했다. 이는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낮다. 2월에는 1.9%, 6월에는 1.5% 오름세였다.

TD 이코노믹스의 포티오스 랍티스 경제학자는 "물가가 경제 성장과 노동시장에 반응하는 것이 이전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다"며 "하지만 전체적으로 물가 압력은 경제 확장 주기가 무르익을수록 심화할 것으로 계속 믿는다"고 말했다.

PNC의 거스 포셔 수석 경제학자도 물가가 올해 남은 기간 상승해 연준에 금리 인상 길을 열어줄 것으로 예상했다.

포셔는 연준이 9월에 자산 축소를 10월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할 것이고 다음 금리 인상은 12월에 할 것이라며 그 기간까지 월간 물가 상승률이 오르고, 노동시장은 더 타이트해져서 추가 금리 인상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경제학자는 최근 물가 지표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더 못 올리게 할 것이다"라며 "대신 연준은 자산 축소에 집중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제프리스의 워드 매카시 수석 금융 경제학자는 "물가 전망은 현재 다소 어둡다"고 말했다.

PCE 가격지수 부진에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발언이 가세하자 달러화는 엔화에 반락했다.

므누신 장관은 미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당연히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는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다"면서 "무역과 관련해서는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는 것이 미국에는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달러 강세를 보이는 것은 사람들이 미국 경제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라며 세제개편과 관련해서 "아주 구체적인 개편계획이 준비되어 있다. 이것과 관련해 매우 고무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유로화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소비자물가(CPI) 발표로 반짝 상승했다가 내려섰지만, 미 재무장관 발언으로 달러화에 재반등했다.

유로존의 8월 CPI 예비치가 전년대비 1.5% 상승했다고 유럽연합(EU) 통계당국 유로스타트가 발표했다.

전년대비 CPI 상승률은 7월에 비해 0.2%포인트 상승하면서 지난 4월(1.9%)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반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지난 2월에는 2.0%까지 높아지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2%에서 멀어진 바 있다.

8월 상승률은 전년비 1.4%로 집계된 WSJ의 전문가 조사치도 웃돌았다.

미국 은행인 씨티는 "임금 상승이 없이도 유로존 근원 물가가 앞으로 몇 달간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기존 추세를 웃돌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다음 주 예정된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로화에 대해서 일반적인 발언을 내놓고, 환율에 영향을 줄 유로화 강세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리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드라기 총재가 유로화 강세를 유로존 경제 회복에 대한 시장의 자신감 반영으로 해석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물가 부진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진 데다 세제개편안에 대한 기대로 뉴욕증시가 오른 가운데 엔화와 유로화에 낙폭을 더 확대했다.

전략가들은 다음날 나오는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에 주목하면서 달러화 과매도가 심해졌다는 이유 등으로 반등을 전망했다.

맥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세계 금리 및 외환 전략가는 "달러화가 다음 몇 주 안에 강세기간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며 "허리케인 하비의 낙진이 촉매제로 작용해 미 국채수익률의 잠재적인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35.7% 반영했다. 전일에는 32.5%, 한 달 전에느 42.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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