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오는 20일 취임 100일을 맞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쓴소리 주의보가 내려졌다. 최근 네이버의 사례처럼, 김 위원장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 이내 사과하는 제스쳐를 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11일 열린 경제민주화 관련 시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저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질책을 해주셨는데 겸허하게 수용하고 더욱 자중하겠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단은 김 위원장이 지난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을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창업자와 비교한 데서 비롯됐다.

김 위원장이 네이버를 총수 있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회사를 미래비전이 없는 회사로 평가절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발언은 교수 시절 비판적인 지식인으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정부의 고위 관료로서 공식적으로 내뱉을 발언은 아니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곧바로 여기저기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아무것도 없는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도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의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오만한 것"이라 지적했다.

이재웅 창업자는 논란이 커지자 오만하다는 표현을 부적절하다는 용어로 수정했지만, 비판의 글을 썼던 SNS상의 글을 지우지는 않고 있다.

신상목 전 외교관도 "자기가 아직 교수라고 생각하며 모드 전환이 안 되는 사람들은 관료조직의 수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에 가세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한성대 교수 시절 재벌 저격수로 불릴 만큼 거대기업의 횡포에 앞장서서 반대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공정위원장이 된 이후에도 학자 시절을 벗어나지 못한 채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에 대한 비판도 삼성그룹의 사내벤처 기업으로 시작한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학자적인 관점에서 이뤄진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에도 "사고는 금융위가 치고 공정위가 욕은 더 많이 먹는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가 사과했다.

이 발언 역시 교수 시절 관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유통업계 관행을 개선책을 비롯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경쟁을 강조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규제당국의 수장인 공정위원장이 된 이후 몇몇 발언에서 드러난 인식 수준이 그대로 정책에 반영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형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정위 정책은 대기업이 무조건 악이고 이를 처단해야 한다는 인식에 근거하는 것 같다"며 "산업계 전체로 볼 때 상생의 대상인 대기업을 공정위가 편향적인 잣대로 재단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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