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한국거래소가 유례없이 이사장 공모 지원자를 추가로 받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력 후보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거나, 투명성 제고를 표방한 명분 쌓기가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거래소는 지난 12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 2차 회의에서 이사장 후보를 추가로 공모해 인재 풀을 확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오는 26일까지 지원 서류를 받고 다음 달 말 주주총회를 열어 차기 이사장을 최종 선출한다. 당초 13일 이사장 후보군에 대한 서류 심사 결과를 통보하고 이달 말 주총에서 차기 이사장을 최종 선출하려 했으나 일정을 변경한 것이다.

거래소는 이사장 공모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추가 공모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원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지원 현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래소의 이같은 결정은 투명성 제고와는 관계가 멀다는 평가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최근 여러 금융기관에서 노동조합들이 기관장 인선 과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으면서 거래소 추천위도 부담을 느껴 이런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투명성을 높이려면 이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 명단과 선정 기준, 이사장 선출 기준, 현재 지원한 후보들의 명단 등을 공개하면 된다"며 "이를 공개하지 않고 추가로 후보를 받겠다는 것은 '깜깜이 선출'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 기존 유력 후보에 대한 견제가 시작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후보를 추가해 차기 거래소 이사장 유력 후보로 꼽혀 온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캠프 출신들이 김 전 원장을 견제해 장하성 정책실장의 입지가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장하성 라인'으로 분류된다. 그는 광주제일고 출신으로 장 실장(광주서중)과 동문이다. 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친분이 깊다. 두 사람은 각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또 장 실장과 경기고 동기다. 장 실장은 김 전 위원장을 새 정부 첫 금융위원장으로 천거하기도 했다. 그는 또 경기고 동문인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금융감독원장으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11일 취임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경기고 출신으로 장 실장과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캠프 출신이 비(非) 캠프 출신인 장 실장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김 전 원장의 거래소 이사장행을 막고 있다는 진단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장이 막판에 바뀐 것처럼 거래소 이사장 공모도 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며 "한국투자공사(KIC) 사장과 SGI서울보증 사장 인선도 아직 '깜깜이' 상태고, 금융 공공기관장 인선 방정식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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