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올해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주관을 맡은 종목의 주가가 모두 공모가를 하회했다. 신규 상장 종목에도 고평가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도 입장도 난처해졌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한국투자증권이 상장을 주관한 7개 종목의 주가는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지난 2월 상장한 피씨엘의 경우 공모가 대비 30% 하락했다. 이에 밸류에이션 고평가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날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주관을 맡은 펄어비스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펄어비스는 게임 개발업체로 수요예측 흥행과는 달리 일반 공모 청약에서는 초라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펄어비스는 지난달 29~30일 양일간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62.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공모가도 희망밴드 8만원~10만3천원의 상단인 10만3천원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지난 5~6일 사이 진행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는 0.43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밸류에이션과 향후 성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반영되며 청약 미달 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풀이됐다.

청약 미달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은 290억원 규모의 실권주를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매각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기관투자자들에게 추가로 배정하며 실권주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실권주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펄어비스를 둘러싼 고평가 논란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공모 청약 과정에서도 펄어비스가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과 '검은 사막'이라는 단일 게임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단독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펄어비스의 밸류에이션을 산정하면서 엔씨소프트와 웹젠, 넥슨지티, 엠게임을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연환산 당기순이익에 비교업체 평균 주가이익비율(PER)인 35배가 적용됐다.

최종 공모가는 8.7%의 다소 낮은 할인율이 적용돼 산출됐다. 올해 5월 상장한 넷마블게임즈에는 20%의 할인율이 적용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마블게임즈는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상장 후 3개월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했다"며 "펄어비스 투자자들도 이러한 전례를 염두에 두고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두산밥캣 상장 때에도 대규모 실권주를 떠안을 위기를 모면했다. 두산밥캣의 공모 청약 경쟁률은 0.29대 1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하고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이뤄진 청약 중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다른 관계자는 "밸류에이션을 높게 평가해 공모가를 높이는 데는 상장주관사는 물론 발행사의 의지도 크게 반영된 것"이라며 "청약 증거금과 수수료를 위해 주관사 입장에서도 공모가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므로 상장 후 거품이 빠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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