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달러화는 허리케인 '하비' 피해가 확인되는 가운데 엔화에는 올랐지만, 유로화에는 내리는 혼조를 보였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15일 오후 4시(현지시각) 무렵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10.83엔을 기록해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10.50엔보다 0.33엔(0.29%) 상승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943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903달러보다 0.004달러(0.33%) 올랐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32.38엔에 거래돼 전장 가격인 131.57엔보다 0.81엔(0.61%) 높아졌다.

파운드화는 달러화에 1.35845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33983달러보다 0.01862달러(1.37%) 강해졌다.

달러화는 아시아장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로 엔화에 가파르게 내렸던 낙폭을 미 경제지표 부진에도 물가 상승 기대로 회복한 후 반등했다.

전일 달러화는 7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오른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약보합세를 보였다.

외환 전략가들은 하비에 따른 물가 상승 기대가 전일 7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오른 8월 소비자물가 지표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높이고 있다며 이 점이 달러화의 상승 압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55.6% 반영했다. 전일에는 46.8%였다. 한 주 전에는 31%에 불과했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대체로 '하비' 탓에 부진했지만, 물가 상승 기대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8월 미국 소매판매가 건축자재와 전자상거래, 자동차 등의 감소 탓에 시장 예상 밖으로 줄었다.

미 상무부는 8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0.2% 증가였다.

자동차를 제외한 8월 소매판매는 0.2% 증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0.5%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상무부는 8월에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이 있었다며 하비의 영향을 받은 기업들로부터 판매가 감소한 수치들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판매 대부분이 부진했지만, 휘발유 판매는 전달보다 2.5% 늘었다. 이는 하비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이 오른 덕분으로 풀이됐다.

8월 자동차 판매는 1.6% 줄었다. 올해 1월 들어 최대 감소 폭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터 경제학자는 "소비자 심리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고용시장이 계속 개선되기 때문에 8월 소매판매를 지속적인 하강 추세의 시작으로 보지 않으며 소매 지출이 몇 달 안에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웨스트의 스코트 앤더슨 수석 경제학자는 "7월 소매판매가 하향 수정된 것을 보면 소비는 높은 소비 심리와 증시의 사상 최고치에도 2분기처럼 3분기에 활발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8월 미국 산업생산도 허리케인 '하비' 탓에 예상 밖으로 감소했다.

연준은 이날 8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0.9%(계절 조정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6개월간 상승세 이후 첫 하락이며 2009년 5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WSJ 조사치는 0.1% 증가였다. 8월 산업생산은 전년대비 1.5% 늘었다.

연준은 하비로 텍사스 지역의 정유와 원유 채굴 활동 등이 중단되면서 8월 전체생산을 대략 0.75%포인트 낮췄다고 설명했다.

산업생산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8월 제조업생산은 0.3% 떨어졌다. 제조업생산은 지난 6개월간 4번 하락했다.

8월 광산부문 생산은 전월비 0.8% 내렸다. 4개월째 증가세가 멈췄다.

8월 유틸리티는 전월비 5.5% 하락했다. 동부 해안 날씨가 덥지 않으면서 에어컨수요가 작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의 거스포셔 수석 경제학자는 산업생산은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일부 공장들이 홍수로 폐쇄돼있는 만큼 9월에도 하락할 것 같다며 허리케인 '어마'로 인해 플로리다에서도 생산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9월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내렸지만, 월가 예상을 소폭 웃돌았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9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속보치는 전달의 96.8에서 95.3으로 내렸다. WSJ 조사한 애널리스트 전망치는 95.0이었다.

향후 12개월 동안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전월 2.6%에서 2.7%로 높아졌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으며 지난 4개월간 2.6%가 유지된 흐름을 깬 것이다.

5~10년 동안 기대 인플레율은 전월 2.5%에서 2.6%로 상승했다.

미시간대 소비자서베이 부문 디렉터 리처드 커틴은 두 개의 허리케인 영향이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있다며 휘발유 가격뿐 아니라 물가가 전체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화는 임금 상승률이 2년여래 최고치를 보이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기대가 커져 달러화에 상승했다.

유럽연합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지난 6월까지 3개월간 임금이 전년 대비 2% 올랐다며 이는 2015년 1분기 이후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지난 1~3개월간 임금은 1.3% 오른 바 있다.

사빈 로텐슐레거 ECB 집행이사도 이날 ECB가 양적완화 일환인 대규모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종료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로텐슐레거 이사는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결국 은행의 목표치인 2% 바로 아래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운드화는 영국 중앙은행(BOE)의 금리 인상 기대가 높아져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일 다음 날 이후 가장 높은 1.36159달러까지 오르는 등 달러화에 이틀째 급등했다.

BOE에서 가장 비둘기 성향으로 평가받는 통화정책위원회(MPC) 위원도 조만간 금리 인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거트잔 빌레흐 위원은 "노동시장의 '슬랙'이 줄고, 임금 압력을 높이고, 가계 지출을 늘리면서 세계 경제 성장이 탄탄하다는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가 지속한다면, 금리의 인상과 관련한 적절한 시기는 이르면 몇 달 내에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BOE는 전일 비슷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했고, 파운드화는 1.5% 올랐다.

JP모건의 알랜 몽크스 경제학자는 "빌레흐의 발언은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높였다"고 진단했다.

BK 자산운용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매니징 디렉터는 "파운드화가 1.35달러를 뚫고 오른 것은 파운드화가 새로운 강세 추세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파운드화는 브렉시트 우려보다는 금리 인상 기대 덕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슐로스버그는 "파운드-달러 환율의 급등은 물가 하향 압력이고, 그 자체는 BOE가 한 번 이상의 금리 인상 없이 물가를 억제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메르츠방크는 파운드화의 주요 기술적 저항선은 1.3640~1.3670달러며 유로화의 주요 기술적 지지선은 0.8698~0.8703파운드라고 제시했다.

도이체방크는 "오는 21일 연설을 하는 테레사 메이 총리가 회유하는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달러화는 오후 들어 엔화에 오름폭을 소폭 줄였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한 상승 폭을 낮췄다.

전략가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또 발사하고 런던에서 테러가 발생했지만, 시장 반응이 크지 않았다며 다음 주 예정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주목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두 번의 허리케인 피해로 연준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었다는 시각이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연준의 금리 인상 결심을 더 굳건하게 할 것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시장은 이미 연준이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것이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번 회의가 달러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대신 은행은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내년 몇 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점도표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은 "현재 저물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점들이 낮아질 수 있다"면서 "이는 달러에는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오는 21일 오찬을 겸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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