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경림 기자 = 주식시장에는 불이 붙었는데 증권가 프랍(prop) 트레이더의 인력 시장은 꽁꽁 얼었다. 증권사 프랍 부서가 아예 사라진 곳도 있고 인력을 증원하려는 곳도 드물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 증권사는 올해 옵션 프랍 트레이딩 부서를 폐지했다. 기존에 근무하던 인력 일부는 다른 중소형사의 비프랍부서로 옮겨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2015년 11월에 주가지수 옵션 프랍팀을 정리한 바 있다.

프랍 트레이더는 증권사의 자기자본을 굴려 수익을 내는 트레이딩 전문 인력으로 대개 1년의 계약직으로 고용된다.

자기자본을 운용해야 해서 절대 수익을 추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손실을 낼 경우 바로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낼 경우 자신이 낸 수익의 절반까지도 인센티브로 챙길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주식 시장이 활황을 나타내자 오히려 프랍 트레이더들이 설 자리가 적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장 자체가 좋다 보니 어느 정도만 운용해도 목표 수익을 낼 수 있어 회사를 떠나는 사례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프랍 운용의 특성상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아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인력만 유지하고 있단 점도 구직난을 심화하는 이유 중 하나다.

예컨대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합병 이후 프랍 트레이딩을 더 확대하려고 했으나 연초 대비 인원수 변동은 거의 없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전문집합사모투자(헤지펀드) 운용사로 적을 옮긴 프랍 트레이더들도 많다. 헤지펀드 특성상 절대 수익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 프랍과 성격이 비슷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 증권사 자기자본운용 담당 임원은 "올해 시장이 계속 활황으로 이어지다보니 웬만한 프랍 트레이더들이 다 수익을 냈고 그 때문에 더욱더 나갈 유인이 없는 상황이다"며 "내년 초에 성과급 배분이 끝난 다음에야 프랍 시장의 인력 이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B 증권사 트레이딩 본부장도 "프랍 트레이딩 자체가 시장이 좋거나 자금 규모가 커진다고 사람을 늘리는 방식이 아녀서 최근 같은 분위기에서는 사람을 새로 뽑기가 어렵다"며 "북(book)이 작은 중소형사에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장이어서 사람이 나가고, 북이 큰 대형사는 단기 매매보다는 방향성 베팅을 하므로 사람이 그리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kl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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