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부국증권 경영권을 둘러싼 부국증권 오너 일가와 리딩투자증권간 다툼이 리딩투자증권의 엑시트로 마무리되는 양상이다. 리딩투자증권은 보유한 부국증권 주식 3분의 2를 취득가의 2배 이상의 가격으로 매각했다.

리딩투자증권으로부터 부국증권 지분을 사들인 케이프투자증권은 경영권 참여가 아닌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리딩투자증권은 지난 11일 부국증권 보통주 100만주(9.64%)를 케이프투자증권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리딩투자증권의 부국증권 지분율은 5.86%로 하락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부국증권 경영권을 둘러싼 부국증권 오너 일가와 리딩투자증권 간 다툼이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국증권 오너 일가와 리딩투자증권이 부국증권 경영권을 놓고 경쟁을 하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인 2002년부터다.

당시 김중건 부국증권 회장의 개인 지분율은 12.22%에 불과했다.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다 합쳐도 20%를 조금 웃돌아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리딩투자증권은 2004년 3월 5% 이상, 같은 해 7월 10% 이상, 2007년 12월에는 15% 이상의 지분을 확보했다. 계열사인 W상호저축은행 지분 3.53%까지 합치면 20%에 육박했다.

부국증권도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리딩투자증권이 부국증권 지분을 10% 이상 인수한 2007년 부국증권은 한국단자공업에 자사주 3.57%를 118억원에 매각하고, 한국단자공업 지분 3.84%를 사들이는 지분 맞교환을 했다.

같은 해 장내에서 부국증권 지분 1.64%를 또 사들인 귀뚜라미그룹 계열의 귀뚜라미홈시스를 특별관계자에 포함했다. '백기사' 영입 작전이다.

지분율도 공격적으로 늘렸다. 지난 6월 말 현재 부국증권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27.35%다. 김 회장이 12.22%, 동생인 김중광 씨가 11.79%, 그 외 특수관계인이 11.42%다. 여기에 자사주 33.97%까지 더하면 우호 지분율은 69.4%에 달한다.

반면 리딩투자증권은 2009년 이후 부국증권 지분을 늘리지 않았다. 경영 상황이 악화된 영향이다. 2013년에는 계열사 W상호저축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며 리딩투자증권의 부국증권 지분율에서 W상호저축은행 지분율이 빠지기도 했다.

리딩투자증권은 그러나 이번 지분 매각으로 부국증권 투자에서 성공적으로 엑시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딩투자증권의 부국증권 주식 취득 원가는 1만2천원대로 추산된다. 이를 케이프투자증권에 주당 2만8천200원에 매각했다.

리딩투자증권으로부터 부국증권 지분을 사들인 케이프투자증권은 경영권 참여에는 뜻이 없다고 밝혔다. 부국증권의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데다, 배당 수익률이 4.38%로 높아 투자하기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부국증권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 인수·합병(M&A)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단순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부국증권이 결국 자진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국증권은 지난 6~7월 주식 200만주를 주당 2만3천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에 나선 바 있다.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이 없어서 무산됐지만,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자사주 비율은 53.3%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오너 일가 보유 지분과 합치면 80.7%에 달한다.

자사주는 배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므로 부국증권 오너 일가가 받을 수 있는 배당액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부국증권의 공개매수가 오너 일가 배당을 늘리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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