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주식시장 거래시간을 두고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증시 마감 시간을 3시로 회귀하자는 국민청원까지 이뤄졌으나, 업계의 바람이 당장 관철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 증시 거래시간을 3시로 환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3천250여명이 참여했다. 청원은 익일 마감될 예정이어서 참여자가 많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청원의 골자는 현재 오후 3시 30분까지인 증시 거래시간을 30분 단축해 종전대로 하자는 것이다. 청원이 시작되고 단 일주일 만에 2천700명 이상이 참여하면서 기대감을 높였으나, 뒷심 부족으로 참여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지난해 8월부터 증시 마감 시간은 오후 3시에서 30분 더 늦춰졌다. 거래량 증가를 위해 거래시간을 늘린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효성 논란은 1년째 계속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화면번호 3503) 올해 첫 9개월간 코스피, 코스닥 합산 일평균 거래량은 10억5천600만주였다. 지난해 10억7천109만주, 2015년 10억5천971만주보다 감소했다.

코스피가 호조세를 보이며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지난해보다 2천억원가량 증가한 8조1천8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지난 2015년 8조8천750억원보다는 여전히 적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지난해보다도 줄었다.

거래시간 연장에도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증권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청원으로 이어졌다. 업계는 시간 연장이 증시 활성화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시 거래량은 절대적인 거래시간이 아닌 변동성에 따라 결정된다"며 "제조업 생산라인도 아니고 거래시간을 늘려 거래를 활성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1차원적인 사고"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와 업계의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거래소는 시간 연장이 더 많은 투자 기회를 보장한다며 특별히 거래시간을 되돌릴 만한 유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한, 국내 증시 거래시간은 6시간 30분으로 타국보다 절대 길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 일부를 제외하고 세계 주요 증시는 우리와 유사하거나 더 짧은 시간 개장된다. 영국은 오전 8시에서 오후 4시 반, 독일은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반까지 개장한다. 미국, 인도, 싱가포르는 총 거래시간이 우리와 같다.

그러나 아시아 주요국 거래시간은 우리보다 짧다. 일본은 오전 9시부터 11시 반까지 오전장, 12시 반부터 3시까지 총 5시간 개장한다. 홍콩은 9시 반부터 12시까지 오전장,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오후장이 열린다. 대만은 오전 9시에 개장해 오후 1시 반에 끝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량은 늘지 않고 증권노동자들의 근무 시간만 길어져 삶의 질을 저하하는 효과만이 있었다"면서도 "거래시간이 돌아간다 해도 한번 늘어난 근무 시간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없어 참여가 미진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yjhw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